매월 스페셜 상품과 매거진을 저렴한 가격에 받아보세요!

구독신청하기

[한규수] 한국의 민중의술 수기술

2020.12.21




 
손으로 인체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한국 고유의 민중의술.
우리의 전통 수기술에 대해여



수기술이란?
수기술이라 함은 손이나 팔로 만지고 누르는 방법으로 인체의 피부, 근육, 경락 등에 자극을 가하여 몸의 불편한 상태를 해소하는 한국 고유의 민중의술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민초들의 민중의술로 전승되고 있는 것이 7가지가 있는데, 이는 단식, 침술, 쑥뜸, 부항, 수기술, 민약(한약), 마지막으로 퇴계 이황 선생의 활인체조와 같은 생활운동요법이다.

민중 의술들 중에 침과 뜸, 부항 그리고 민약(한약)이 현재까지 활용되어 한의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체 중 가장 으뜸 되는 의술 한가지는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단식이고, 이에 버금가는 의술 한가지가 더 있다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수기술이다. 오늘은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조선의 수기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마사지, 경락, 추나?

손으로 몸을 만져 아픈 곳을 치료하는 의술은 침술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아마 태고 때부터 사람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아픈 곳에 손이 가 주무르듯 하는 형태로 존재해 왔을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아플 때 주물러서 치료하는 기술이 체계화되었고 이후에는 학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유럽의 massage는 mass라는 ‘주무르다’라는 뜻에 age라는 ‘학문’이 붙어 massage가 ‘사람의 몸을 주무르고 만져서 치료하는 체계화된 학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도 주무르는 의술들이 학문화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에 안마술이 있고 일본에 지압술 그리고 조선에 수기술이 있다.

필자가 약 20여 년 전 북경의 OO중의약 대학교에서 안마술을 연수할 때였는데 한국의 대체의학 관련 OO협회에서 ‘중국 정통 경락 마사지 연수’라는 플랜카드를 걸고 위 학교에서 연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정말 웃긴 것은 중국에는 경락 마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경락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안마술을 배우러 온 것이다. 경락 마사지의 원류는 유럽이다. 마사지라는 말 자체가 영어인데 중국이 정통일 리가 없지 않은가?

마사지라는 학문은 근골격 해부학을 기초로 한다. 그런데 아시아권의 마사지(안마, 지압, 수기)는 해부학을 기초로 하지 않고 경락(Meridians)을 기초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동양의 마사지를 유럽학자들이 유럽식으로 만들어 경락 마사지(Meridians Massage)라 부르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 안마술을 다른 말로 추나(推拿)라고 하는데 현재 한국의 한의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추나요법과는 실상 거리가 멀다. 인터넷에서 추나라고 검색해보면 ‘한의학의 외치 범위이며 삐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 이런 식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건 정말 학문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내용이다.

한국의 한의원들에서 예전 카이로프락틱이라는 OO대체의학 관련 협회에서 사용하던 기술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의사협에서 문제 삼게 되어 이름을 추나로 바꾸게 되면서 지금의 추나(척추를 바로잡는 기술)의 형태가 되었다. 추나는 척추를 바로잡는 기술이 아니다. 마사지와 같은 중국의 주물러서 치료하는 학문일 뿐이다.







수기술의 특징
수기술은 조선 때부터 구전되어 내려온 손을 사용하여 병든 몸을 치료하는 기술로 경락을 기초로 진단하는 체계는 중국의 안마나 일본의 지압과 같으나 그 치료기술체계는 좀 다르다.


중국의 안마술의 특징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라면 화려한 면의 기술이다. 면이라 함은 손을 접촉하는 면이 마사지처럼 넓다는 이야기로 마치 유럽마사지의 근육을 면적으로 만지는 것과 흡사하다. 다만 마사지보다 훨씬 고도로 숙달된 손기술이 필요하여 화려하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중국의 기후는 바람이 많이 불고 이로 인한 풍증으로 근육의 경직이나 마비증상이 많아 이를 해소하기 위한 면의 손기술이 발달한 듯하다.


일본의 지압술의 특징을 이야기하라면 정적인 점의 기술이다. 점이라 함은 경락의 경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침 대신 치료 경혈을 손가락(특히 엄지)을 사용하여 수직으로 눌러 자극하는 기술이다. 이때 반드시 수직으로 압을 가하는 정적인 방법을 중요시 여기며 손기술의 기교를 넣지 않는다. 이는 질병의 각각의 증상에 대하여 침술과 같이 치료 경혈을 조합하여 치료하는 기술로 침보다는 더 전술적이다.


조선의 수기술의 특징은 화려하진 않지만 중국의 안마술과 같은 면의 기술이 있으며 정적이진 않지만 일본의 지압술과 같은 점의 기술도 있다. 여기에 안마와 지압술에 없는 독특한 기술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경락의 허실을 보사하는 선의 기술이다.


선의 기술은 경락의 기 흐름의 방향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조선의 독특한 침술에서 유래한다. 16세기 사명대사의 수제자이면서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정한 조선 최고의 침술가 사암스님의 침술에는 경락의 기 흐름의 순방향으로 횡자로 꽂아 약해진 기를 더해주거나 역방향으로 꽂아 정상 이상으로 강성해진 기를 빼내는 독특한 침의 기법이 있었는데 수기술의 선의 기술은 이를 계승하여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간이 허약하여 자꾸 눕고 싶고 허벅지 안쪽이 저리며, 앉으면 일어나기 힘들고 생리가 불규칙하고 늦어지는 경우, 간 경맥을 관리한다. 엄지발가락 안쪽에서부터 내측 복사뼈를 지나 종아리 안쪽으로 숨을 내쉬며 손으로 밀어 올린다.

이를 간 경맥을 보한다고 하며 위 증상을 치료하게 된다. 반대로 승모근이 단단히 굳고 몸살기가 있으며 열이 올라 잠을 잘 못 자며 짜증과 화가 자주 나는 경우, 간 경맥을 종아리 안쪽에서 내측 복사뼈를 지나 엄지발가락 안쪽까지 숨을 들이마시며 손으로 밀어 내린다. 이를 간 경맥을 사한다고 하며 위 증상들을 치료하게 된다.

수기술은 제일 먼저 선의 기술로 허와 실을 보사하여 몸 경락의 균형을 맞추어 주고, 두 번째로 아픈 곳의 근골을 면의 기술로 해소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증상들을 점의 기술로 완벽하게 치유하는, 조선의 의자(醫子)들로부터 전승되어오던 훌륭한 치료술이다.







정교한 손 기술의 우수성

안마와 지압과 비교하여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우리 민족의 신체적 특징이 있다면 바로 손의 기술, 손의 정교함일 것이다. 독일 사람은 골격이 가장 우수하고 몽골사람은 시력이 가장 우수한 것처럼 각 나라 사람마다 우수한 신체의 특징이 있는데, 한국 사람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보면서 젓가락으로 세포를 잘라낼 수 있을 만큼 손의 감각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는 분명 사람의 몸을 만져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그 능력이 나타났을 거라 생각한다. 네일아트나 손으로 하는 피부미용관리 역시 한국 사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압이나 안마라는 용어에는 익숙하나 수기라는 용어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별로 들어보지 못해서이다. 지압이란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는 일본에서 약 1,500년 전부터 지압이란 이름으로 체계화되었다가 일제 강점기 이후 계속 듣고 사용해서 익숙하다.

안마는 약 5,000년 전부터 그 학문이 체계화되어 조선의 왕실에서나 고관대작들에게 의관들이나 의녀들이 치료의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 사용했으므로 우리에게 역시 익숙하다.

그러나 수기는 민중의술로서 조선시대, 의술과 기술들을 천시하는 문화로 인하여 학문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민간으로 소수 전승되다 보니 우리에게 용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인은 손의 능력이 탁월하여 그 치료술이 뛰어나 지금까지 민초들을 치료하면서 지속적으로 전승되어 왔다.







필자의 스승 중 한 분이 구전된 수기술의 전승인으로 현대의 한의학은 공부한 적이 없으나 손으로 하는 절진(손으로 진단)과 치료법이 참으로 독특하고 우수하여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들을 무수히 치료하는 것들을 보게 되었다. 물론 손으로 사람의 몸을 잘 케어하는 한국의 에스테티션들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손으로 몸을 만져서 치유하는 분야는 안마사와 한의원의 추나, 그리고 병원에서 카이로프락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 고유의 민중의술인 수기술이 체계화되어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구축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가장 많이 손을 사용하여 사람의 몸을 회복시키는 업종인 에스테티션들이 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공유 페이스북
  • 공유 네이버

Related Article

with STAR 뷰티앤뷰 쇼핑몰 뷰티앤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