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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vegan, 그들과 사는세상

2020.10.07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건강한 사고의 소비자라면,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히 비건이다.





몇 년전, 눈이 빨갛게 충혈된 토끼 사진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동물실험금지(No Animal Testing)’ 이슈가 있었다. 토끼는 눈에 눈물도 거의 없고 깜빡거림이 없어서, 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와 같은 눈에 사용하는 제품들의 안(眼)자극 실험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던 동물이다. 하지만 사람의 안전을 위해 동물을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논란이 계속되었고, 최근에는 수입유통화장품의 동물실험을 끝까지 고수하던 중국까지도 수입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의무화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을 발효하였고,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2016년부터 우리나라 화장품법도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등의 유통판매를 금지함으로써 동물실험금지를 명문화하게 되었다(화장품법 제15조의 2).

게다가,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학대나 유기동물 안락사 등에 대한 이슈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더 나아가 종견과 같은 비윤리적인 번식장이나 도축장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이 존중 받아야 할 동물의 권리(동물권)를 주장하는 비거니즘(Veganism)을 표방하는 동물 보호 단체의 활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이 최근의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와 맞물려, 동물 유래 제품인 모피코트나 가죽 제품을 소비하지 않거나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까지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비건 화장품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베지테리언(Vegetarian)을 이해해야 한다. 베지테리언이란, 1839년 영국에서 처음 고안된 단어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의 ‘Vegetable(채소)’과 ‘~arian(~하는 사람)’이 합쳐진 단어이다. 1944년에는 Vegetarian에서 가운데 ‘Etari’를 제외한 ‘Vegan’이라는 단어가 제안되었는데, 초기에는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동물의 알)과 우유(유제품)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죽, 모피, 동물이 생성에 관여한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 등 개인이 소비하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에 동물을 활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즉, 비건은 베지테리언의 한 종류로서 가장 엄격한 의미의 베지테리언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동물성 제품의 허용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베지테리언은 큰 의미에서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동물을 살상하여 나오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인데, 비건을 제외한 베지테리언은 동물들에게 적절한 복지가 제공되고 윤리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계란이나 우유는 먹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베지테리언의 종류에 따라 계란과 우유가 모두 가능한 베지테리언이 있고 둘 중의 하나만 허용하는 베지테리언이 있다), 비건은 동물에 대한 어떠한 사육방식을 막론하고 동물 부산물은 물론 제품의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제품 모두를 먹거나 나아가서는 소비하지 않는다는, 가장 엄격하고 적극적인 의미의 베지테리언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베지테리언은 사육환경을 개선하여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여 얻게 되는 동물복지 유정란은 먹을 수도 있는 반면(물론 베지테리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비건은 어떻게 사육하는지를 따지는 동물복지를 떠나서 인간의 소비를 위해 동물의 권익을 해치면서 사육을 하는 것 자체를 옳지 않다고 보고, 심지어는 사육을 하거나 착취를 하지 않는다 해도 부산물을 인간이 빼앗는 것인 벌꿀도 먹거나 더 나아가서는 소비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비건의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개념은, 결국엔 인간도 동물이며,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다 같은 생명으로서 누가 누구보다 우월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인간우월주의를 배척하고자 하는 사상이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처럼 예전까지는 비일비재했던 특정 집단에 대한 우월주의를 어떠한 종류든지 허용하지 않겠다는 가치관의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性)으로나 인종으로 혹은 그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 받고 싶지 않고, 뿐만 아니라 차별할 수 있는 우위의 집단에 있더라도 차별하지 않고자 하는 것, 백인들이 흑인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참여하는 것처럼. 인간이라는 우위의 집단에 있는 내가 인간 이외의 동물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전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뷰티업계를 넘어선 전 산업계의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비건이 점점 가능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술의 발전에 있다. 예전에는 기술이 없어서 대체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만들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동물의 털이나 그 부산물을 사용하고 동물을 상대로 실험을 했지만, 지금은 제품에 따라 동물들을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고도 대체품을 만들 수 있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만한 실험법도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당장 고기나 계란을 먹지 않고 모피코트를 입지 않는 것처럼 쉽고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는 동물(유래)제품 말고, 화장품처럼 여러가지 원료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 이것이 어떻게 비건 제품인지 알고 소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소비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에는 비건을 인증해주는 여러 단체들이 있으며, 해당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보면 비건 제품이라고 알고 소비할 수 있게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준다. 비건 인증은, 기존에 잘 알고 있는 유기농(Organic) 인증과 마찬가지로 어떤 단체의 인증인지와는 무관하게, 해당 제품이 비건이라는 기준에 입각하여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소비자가 일일이 제품의 원료나 생산과정을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각 비건 인증 기준의 공통점은 첫째, 동물성 원료 또는 동물 유래 원료(부산물, 파생물 등) 사용 금지. 둘째, 동물실험금지. 셋째, 유전자변형생물(GMO) 사용금지. 넷째, 논비건(Non Vegan, 비건이 아닌 제품)과의 교차오염 금지 등이 있으며, 이러한 기준 하에서 각 인증 협회에서 서류심사 및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국내 비건 인증기관은 유럽이나 미국의 인증기관에 비해서는 역사가 비교적 짧다. 그러나 해외 인증기관에 비해 업무대응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비건 프랑스 협회(Vegan France Interpro)가 설립한 비건 인증 단체이다.
Vegan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Donald Waston이 주축이 되어서 설립한 영국 비건 협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 조직이다.
이탈리아 베지테리언 협회(Italian Vegetarian Association)에서 인증한다.











비건은 개인의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할랄(Halal)이나 코셔(Kosher)와 같은 종교와는 다르다. 또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Flexible Vegetarian)처럼, 평소에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고기를 먹거나 생선을 먹는 등의 융통성 있는 채식주의자(세미 베지테리언, Semi-vegetarian)도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플렉시테리언의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영국 왕실의 매건 마클(Meghan Markle) 왕자비도 플렉시테리언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20~40대의 평범한 ‘엄마’들이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 건강한 지구를 위해 플렉시테리언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외국에서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베지테리언의 다양한 종류 또는 단계의 하나로 인식되어 있으며, 베지테리언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도 유당불내증(우유에 함유된 유당을 분해하여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과 같은 선천적인 건강상의 원인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등 일상 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인식되어 온, 역사가 깊은 개념이기 때문에 좀더 자연스럽고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비건 뷰티 제품을 소비한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모든 고기와 계란을 끊어야 한다거나 동물원에 가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 유래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고, 거품이 조금 덜 나더라도 합성 계면활성제가 덜 들어간 주방세제를 쓰고, 종이컵과 같은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등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과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건강한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한 열린 마음의 소비자라면,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히 비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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