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토너인데 세럼처럼
토너인데 세럼처럼
제형의 경계를 허문 코스메틱

토너가 세럼 역할을 하고, 클렌저인데 팩 역할을 하는 제품의 이름과 기능이 점점 일치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닦고, 흡수하고, 커버까지. 제형의 경계를 해체한 시대의 스킨케어 소개.
기존 제형 관념을 뛰어넘은
하이브리드 스킨케어가 강세
한때 스킨케어 루틴은 단계마다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었다. 토너는 pH 밸런스 및 피부를 정돈하고 세럼은 기능 성분을 넣고 크림은 마무리한다. 선크림은 자외선을 막고 파운데이션은 커버한다. 그런데 지금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토너인데 세럼 역할을 한다’, ‘선크림인데 파운데이션이 된다’, ‘클렌저인데 팩이다.’ 스킨 미니멀리즘의 대세로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이 첫 번째 변화의 이유이나 가장 큰 핵심은 제품 카테고리보다 성분과 효능을 먼저 따지기 시작한 ‘성분 리터러시’의 성장. 이제는 소비자들도 제품 이름보다 성분표를 먼저 읽는 시대가 됐다. PDRN 검색량 급증, 펩타이드·나이아신아마이드과 같은 성분 키워드의 소셜 확산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성분의 기능을 공부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은 토너입니다’라는 카테고리 설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제품에 히알루론산 2%, PDRN 0.1%, 트리펩타이드-1이 들어 있습니다’가 선택 기준이 되는 셈인 것.
소비자들은 카테고리보다 효능을, 단계보다 결과를 먼저 본다. 브랜드들은 카테고리와 제형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그 수요에 응답하고 있다. 앞으로의 스킨케어 시장은 ‘몇 단계로 구성된 루틴’이 아니라 ‘얼마나 적은 제품으로 얼마나 많은 기능을 실현하느냐’의 기술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름이 사라지는 자리에 기능만 남는다.

‘토너=닦토·물토’의 공식이 깨지다
전통적인 스킨케어 루틴에서 토너는 단순한 ‘정돈 단계’였다. 세안 후 잔여 이물질을 닦아내는 닦토(닦아내는 토너), 혹은 가볍게 수분을 채워주는 물토(물 같은 토너). 이 두 유형이 토너의 전부였고, 별도의 앰플이나 세럼 없이 토너만으로 피부 고민을 해결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이 공식은 다시 쓰이고 있다. 토너는 이제 루틴의 ‘0단계 부스터’로 쓰이거나, 세럼급 성분을 탑재한 1단계 집중 케어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01
성분 흡수 경로가 되다 - 부스터 토너
피부는 건조하고 각질이 쌓인 상태에서는 이후에 바르는 세럼이나 앰플의 성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부스터 토너 개념이다. 히알루론산, 판테놀, 병풀 추출물 등 장벽 강화 성분을 가볍게 탑재해 피부 표면을 촉촉하게 준비시키고, 이후 단계 성분의 침투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 브랜드의 ‘어성초 70% 토너’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도 이 맥락이다. 복잡한 성분보다 단일 성분의 고함량, 부담 없는 제형이라는 방향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통했다.
02
앰플·세럼 성분을 토너 제형에 녹여 넣다
과거에는 고기능 성분인 히알루론산, PDRN, 펩타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세럼이나 앰플에만 넣을 수 있다는 공식이 있었다. 묽은 토너 제형에 이 성분들을 안정적으로 고농도로 담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제형 기술과 성분 안정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 공식이 깨졌다. 캡슐화 기술, 나노 에멀전, 다층 리포솜 같은 성분 전달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묽은 토너 질감 안에서도 세럼급 성분이 충분한 농도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나이아신아마이드 10%, PDRN, 트리펩타이드를 담은 토너가 세럼보다 먼저 팔리는 현상이 낯설지 않다.
03
토너패드·토너팩으로 제형 자체가 확장되다
닦기, 각질 제거, 수분 공급, 팩 효과를 한 번에 얻으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토너패드와 토너팩이 하나의 독립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 AHA/BHA 토너패드처럼 화학적 각질 제거 기능을 토너에 접목하거나, 마스크팩처럼 밀착감을 주는 성분을 적신 패드 형태로 제공하는 제품이 대표적이다. 토너이면서 필링이고, 동시에 짧은 팩이 되는 제품이다.

제형 경계를 허무는 코스메틱,
카테고리 해킹의 시대
토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킨케어 전반에서 카테고리 해킹(Category Hacking), 즉 기존 카테고리의 기능 경계를 의도적으로 넘어서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앰플
‘한 방울에 얼마나 넣을 수 있나’의 기술 전쟁
앰플은 원래 고농도·소용량 집중 케어 제품이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는 단순히 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한 병 안에 넣을 수 있는 기능 성분의 종류와 퍼센트를 기술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비타민 C 유도체의 경우, 과거에는 산화 안정성 문제로 10% 이상 배합이 어려웠지만 최근 안정화 기술의 발전으로 15~20% 배합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레티놀 역시 0.1%의 벽을 넘어 0.3~0.5%를 안정적으로 담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비타민 C를 산화되지 않도록 캡슐 형태로 별도 봉인해 사용 직전에 파괴되는 방식도 등장했다. 성분을 더 넣는 것이 아니라, 바르는 순간 효능이 살아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선케어
자외선 차단제의 경계가 사라지다
선케어 카테고리는 제형 다양화가 가장 극적으로 이뤄진 영역이다. 선크림, 선스틱을 넘어 선젤, 선세럼, 선앰플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틴티드 선케어(Tinted Suncare)다. 자외선 차단 기능에 피부 보정 색소를 더한 제품으로, 선크림과 비비크림 또는 쿠션 파운데이션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 선케어이면서 메이크업 베이스가 되는 이 제품의 핵심 소구는 단순하다. ‘선크림 하나로 베이스 메이크업까지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리알 피부와 같은 피부 본연의 결과 텍스처를 살린 결 케어가 유행하면서 선크림의 기능이 점점 주목 받고 있다.
클렌저
씻으면서 동시에 케어한다
클렌저는 기능적으로 가장 단순해야 한다고 여겨진 카테고리다. 그런데 팩클렌저(Pack Cleanser)의 등장이 이 상식을 뒤집었다. 팩클렌저는 얼굴에 바르고 1~2분 기다리면 팩처럼 모공 세정·보습·탄력 효과를 주는 클렌저를 뜻하는데 이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제품은 이태리 프로페셔널 브랜드 마르지아클리닉의 글로우·액티브 3 IN 1. 클린징과 필링, 마스크가 한 번에 가능한 듀얼 텍스쳐 크림 클렌저로 피부 각질을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색소 케어의 토대를 만들어 기존 클렌저의 한계를 뛰어넘어 루틴의 효율화를 완성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세럼 파운데이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마지막 경계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를 허무는 흐름 중 가장 진화된 형태가 세컨드 스킨 파운데이션, 즉 세럼 파운데이션이다. 파운데이션이면서 동시에 세럼급 스킨케어 성분을 함유해 바를수록 피부가 좋아진다는 개념이다. 히알루론산, 펩타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기능 성분이 파운데이션 포뮬러 안에 녹아 들어가 있다. ‘글로벌 뷰티 트렌드 2025’ 전망 중 하나로 다수의 리서치 기관이 하이브리드 파운데이션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으며, 실제로 국내외 브랜드들의 세컨드스킨 타입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글
에디터 백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