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SOLUTION
[조한경] 의사는 건강을 모른다
의사는 건강 전문가가 아니다. 약 전문가와 건강 전문가는 다르다. 의사가 나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 내 건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의사는 건강을 모른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건강을 모른다니, 도발적이고 무례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고 오히려 의사들은 이를 쉽게 인정한다. 심지어 별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며,
“저도 고혈압 약 먹습니다.”
“저도 이 당뇨 약 먹습니다.”
안심하고 꾸준하게 잘 챙겨 먹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하는 전문가지, 건강 전문가는 아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약물을 통해 혈액검사상의 수치를 ‘관리’ 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관리를 했을 때,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사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믿음’에서 현대의학의 약물 중심적 의료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다른 현실을 제시한다. 과연 약물을 통한 관리가 효과가 있는가? 환자의 건강을 보장하는가? 현대의학의 접근방식은 과연 옳은 것인가? 의사들조차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오래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약 전문가와 건강 전문가는 다르다
의사에게는 응급처치를 기대할 수 있다. 성형이 필요하다면 의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환자들의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의사에게 건강에 대해 묻는 것이고, 식사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다. 건강과 식사, 두 가지 다 의사와는 무관한 분야다.
의사가 영양학에 대해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배우지 않았는데 어찌 알겠는가? 이는 의사들은 다 인정하는 사실인데 일반인들만 기이하게 여길 뿐이다. 암환자들이 의사에게 음식에 관해 “이거 먹어도 되나? 저거 먹어도 되나?”라고 물어봤자 다툼만 일어나는 이유다. 이건 마치 영어, 수학 선생님에게 체육에 대해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확하게 의사의 역할을 정의하자면,
의사는 응급처치를 배운 전문가고,
약을 처방하고 수술을 하는 전문가다.
그러니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황급히 응급실에 실려왔다면 전적으로 의사에게 맡겨야 하고, 성형수술도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하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약물로 관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하면 된다.
물론 사소하지만 불편한 증상들도 의사들이 진단하고 치료해준다. 하지만 생활습관이 원인이었던 만성질환을 생활습관을 바꿔서 되돌리는 것이 목표라면 의사는 해 줄 것이 없다. 행여나 식사에 대해 물어봐도 잘못된 정보만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처방약을 끊을 수 있도록 환자에게 도움을 줄 리는 더더욱 없다.
그 쪽으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의사의 매뉴얼에도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약물 처방을 받은 환자에게 약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약의 효과가 없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예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로 하여금 약물을 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다 환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각종 오해에 시달리고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법적인 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약물 처방 외에 더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동기가 없다.
의사를 지칭하는 여러 영어 단어 중에는 Provider라는 표현이 있다. 제공자라는 뜻이다. 의사는 말 그대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환자는 소비자이다. 소비자는 내가 무엇을 구매할 지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 환자가 먼저 방향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나의 목표가 건강에 있는지?’
‘아니면 질병 관리에 있는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나의 목표라면, 의사와 병원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픈 사람이 가는 곳이 병원이고, 아픈 사람이 찾는 것이 의사다. 의사가 위험한 응급 상황을 모면할 수 있도록 당장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길은 없다.
왜냐하면 건강은 주사바늘 끝이나 알약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건강을 지켜주는 최고의 명의들은 햇빛,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올바른 식사를 통한 영양소, 운동, 수면 등이다. 신체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들이 최고의 의사다. 이들 중 병원이나 의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없다. 환자 개인의 생활습관에 달려있을 뿐이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기 전에, 식사는 뭘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운동은 했는지, 물은 잘 마셨는지,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스트레스는 어떤지,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환자의 의사이기보다는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물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경고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환자가 치료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득과 실에 대해 비교해서 알려주고 환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내어 맡길 수는 없다. 의사는 전문가지만 ‘남’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가 아는 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을 뿐이다. 내가 스스로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책임져 줄 수 있다.
사람을 잘 부려야 돈을 벌 듯 의사도 잘 부려야 건강한 거지, 의사에게 모두 다 내어 맡기면 재정 전문가에게 내 전 재산을 내어 맡긴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리석다는 뜻이고, 곧 파산한다는 뜻이다.
나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글
Expert 조한경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