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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피부 톤과 얼룩덜룩한 색소는 피부 노화의 전형적인 징후다. 40대 이후 급진전되는 피부 노화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섬유아세포만큼이나 멜라닌 세포에 주목해야 한다.










피부 노화 현상의 근원은 ‘노쇠한 세포(Senescent cells)’의 점진적인 축적에서 비롯되며, 조직 내 나이 든 세포가 많아질수록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 과정이 가속화되며 각종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쇠한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거나, 노쇠한 세포가 주변 정상 세포에게 분비하는 염증성 물질(노화연관분비표현형인자; SASP)의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피부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 주목해야 하는 세포는 무엇일까? 그동안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진피층의 섬유아세포가 지목되어 왔으나, 사실 연령대에 따라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 세포는 각기 다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부 세포의 노화는 섬유아세포, 멜라닌 세포, 각질세포 순으로 진행되며, 특히 섬유아세포의 노화는 10대 후반부터 서서히 시작되어 모든 연령층에서 점진적으로 나타난 반면 멜라닌 세포의 노화는 노화의 징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40대 후반부터 특징적으로 관찰된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 세포의 노화는 진피층에서 표피층 순으로 진행되며, 멜라닌 세포의 노화는 40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어 60대까지 급격히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멜라닌 세포는 표피 기저층에 위치하며 멜라닌(Melanin) 색소를 만들어 피부 색을 결정짓고, 일정량의 태양광선을 흡수해 자외선이 체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며,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 속 활성 멜라닌 세포의 수는 평균 30세 이후부터 10년마다 약 10~20%씩 줄어들기 시작하며, 멜라닌 세포의 기능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저하된다.

멜라닌 세포의 노화에는 자연적인 노화 외에도 호르몬 변화(피임약, 임신, 호르몬 대체 요법) 등 내인성 인자와 자외선, 블루라이트, 대기오염, 식이(당분의 과다 섭취), 스트레스, 수면 부족, 약물, 흡연, 음주, 염증, 외상 등 외인성 인자가 두루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노쇠한 멜라닌 세포가 늘어나면 멜라닌 색소의 성숙과 이동이 고르지 못해 피부 톤이 얼룩덜룩 해지고 기미, 검버섯, 흑자 등 부분적으로 색소침착이 올라오기 쉽다. 또한 자외선과 유해 활성산소에 대한 보호 기능이 저하되어 피부가 더욱 쉽게 손상되고 회복이 지연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쇠한 멜라닌 세포가 증가할수록 이와 인접한 세포에서 DNA 손상을 유발하거나 염증성 사이토카인, 성장인자, 단백질 분해 효소 등 주요 노화표현형인자의 발현이 급증하면서 세포 주변의 환경마저 변화시킨다. 즉, 멜라닌 세포가 피부 세포 노화의 전파자로서 피부 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따라서 40대 후반에 접어든 시점부터는 피부 노화를 제어하기 위해 노쇠한 멜라닌 세포를 집중적으로 타깃할 필요가 있다.









멜라닌 색소의 생성이 곧 산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항산화제는 멜라닌 세포 내 연쇄적인 산화 반응을 중화함으로써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늦추어 눈에 띄는 노화 징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멜라닌 생성 기전을 자극하는 활성산소를 소거해 피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으로는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아스코빌팔미테이트 등), 비타민 E, 글루타티온,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 라이코펜, 루테인 등), 플라보노이드, 페룰릭애씨드, 파이틱애씨드, 프롤린, 레스베라트롤, 퀘르세틴, 에르고티오네인, 에델바이스추출물 등이 있다.

그 중 비타민 C는 멜라닌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산화된 멜라닌을 이전 단계로 환원시킨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제로 정상적인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하는 활성산소의 생성 경로를 차단하고 이미 발생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일종의 보호 기제로써 각질세포를 매개로 멜라닌 세포의 수용체를 자극하여 멜라닌 색소 합성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피부에 자외선의 영향력이 누적되어 멜라닌 색소가 과도하게 생성될 뿐만 아니라 세포 내 DNA 결합을 파괴하여 정상적인 생리 활동을 저해하고 세포사멸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가능한 직접적인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고, 매일 SPF 30 PA+++ 이상의 UVA와 UVB에 대한 차단 효과를 지닌 광범위한 필터의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한다. 사실 햇빛 아래보단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 오래 머무르는 요즘 세대들에겐, 현실적으로 블루라이트가 더 주의해야 할 요소일지 모른다.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에서 유래한 약 380~500nm 파장의 푸른빛으로, 멜라닌 색소 생성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유해 활성산소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 시에만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스킨케어 시 스피루리나, 루테인 등 블루라이트 차단에 도움을 주는 활성 성분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피 섬유아세포나 표피 각질세포에서 분비되는 국소적인 염증 인자는 멜라닌 색소 생성을 촉진하는 데 관여한다. 때문에 멜라닌 세포만을 단독으로 타깃하기보다 세포 주변의 염증성 미세환경을 함께 조절하면 과색소침착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극대화된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직산이 각질세포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촉진하여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고, 레스베라트롤 역시 각질세포 내 염증으로 인한 데미지를 줄여 과색소침착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오메가 3 지방산은 광범위한 광보호 작용으로 자외선에 의해 유발되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여 멜라닌 생성을 잠재적으로 억제하고, 엑토인 또한 자외선에서 비롯되는 활성산소 생성을 막고 멜라닌 세포를 활성화하는 호르몬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잘못된 식습관, 만성 스트레스, 흡연, 과음 등 일상 속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환경까지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멜라닌 세포 노화와 관련한 한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어 노화된 멜라닌 세포는 세포 내 포도당 대사의 변화로 인해 멜라노좀의 색소 수송 과정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 그 결과 멜라닌 색소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멜라노좀은 멜라닌의 생합성이 일어나는 멜라닌 세포 내 소기관으로, 정상 피부에서 멜라노좀은 주로 멜라닌 세포의 말초 수상돌기에 위치한다. 자외선에 의해 노화된 멜라닌 세포는 정상 멜라닌 세포에 비해, 멜라닌 색소와 멜라노좀의 함량이 더 높은 반면 멜라노좀의 수상돌기가 짧고 멜라노좀의 색소 수송 기능 관련 유전자와 단백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연구진은 포도당 분해 과정을 조절하는 물질인 ‘2-디옥시-D-글루코스(2-Deoxy-D-glucose; 2-DG)’를 기반으로 한 당 대사 과정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자외선에 의한 멜라닌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멜라닌 색소와 멜라노좀의 함량 및 멜라노좀의 수송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을 확인하여 멜라닌 세포 노화와 관련한 당 대사 조절의 중요성을 암시했다.




References 1. Kim, T.H., Park, T.J., Kweon, Y.Y., Baek, D.J., Lee, J.W., Kang, H.Y. (2022). Age-Dependent Sequential Increase of Senescent Cells in the Skin. J Invest Dermatol, 142(9), 2521-2523. 2. Park, Y.J., Kim, J.C., Kim, Y., Kim, Y.H., Park, S.S., Muther, C., Tessier, A., Lee, G., Gendronneau, G., Forestier, S., Ben-Khalifa, Y., Park, T.J., Kang, H.Y. (2023). Senescent melanocytes driven by glycolytic changes are characterized by melanosome transport dysfunction. Theranostics, 13(12), 3914-3924.







 
by 차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