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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햇볕 아래 멜라닌이 피부를 잠식하기 전, 뿌리 깊은 색소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스킨케어 방법.










여름철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오래 머무르면 피부가 까맣게 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피부에 잡티가 얼룩덜룩하게 올라오는 가장 큰 원인은 태양으로부터 비롯된 자외선으로, 피부는 자외선의 주요 표적 기관 중 하나다.

자외선(UV; Ultraviolet Lays)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전자기파(100~400nm)로 파장 범위에 따라 자외선 A(315~400nm)와 B(280~315nm), C(100~280nm)로 구분되며 그에 따라 에너지 크기와 도달하는 피부층이 각기 다르다. 이 중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고 에너지 강도가 약한 자외선 A가 피부를 검게 그을리는 주범이다.

물론 자외선 A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절에 상관없이 대개 동일하지만, 봄부터 일조량(지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선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총량과 그 영향력이 사계절 중 가장 크게 증가한다. 때문에 피부를 칙칙하게 만드는 잡티와 색소침착의 흔적이 피부에 많이 새겨질 수밖에 없는 것.

실제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자외선 A의 월별 복사량은 일년 중 5~6월에 가장 최대치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자외선 A에 의한 색소침착은 노출된 이후 약 48~72시간 후 즉각적으로 나타나며(즉시 색소침착), 자외선 A에 자외선 A보다 파장이 짧지만 에너지 강도가 센 자외선 B의 간접적인 작용이 더해지면서 대략 72시간 경과 후에 보다 오래 지속되는 색소침착(지연 색소침착)이 남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멜라닌 때문이다. 더 자세하게는, 멜라닌의 ‘보호’ 작용 때문. 멜라닌(Melanin)은 표피 멜라닌형성세포(Melanocyte)에서 만들어진 흑색(유멜라닌) 내지는 갈색(페오멜라닌) 빛을 띠는 색소로, 멜라닌의 양과 유형, 분포도에 따라 피부 색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멜라닌은 자외선에 뛰어난 저항성을 지니는데,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될 때 멜라닌이 이를 흡수 또는 산란시켜 피부 톤을 검게 변화시킴으로써 자외선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세포 DNA를 보호하여 치명적인 피부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피부에 크고 작은 색소가 늘어나고 있다면, 멜라닌 색소가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열일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자외선이 피부에 조사된 후 거뭇한 색소가 눈에 보이기까지, 세포 안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피부에 자외선이 조사되면 피부는 몇 단계의 신호전달체계를 거쳐 이를 감지, 표피 기저층에 존재하는 멜라닌형성세포에서 멜라닌 색소가 합성되기 시작한다. 일차적으로 자외선은 각질형성세포 내 전사인자인 p53를 활성화하여 멜라닌형성세포 자극 호르몬인 α-MSH 합성을 유도, 이렇게 생성된 α-MSH는 각질형성세포와 인접한 멜라닌형성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MC1R 수용체를 통해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α-MSH와 MC1R의 결합을 통해 멜라닌 합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포 내 인자인 MITF의 발현이 증가하게 되면서, 멜라닌 생성 과정을 촉매하는 ‘티로시나아제(Tyrosinase)’ 효소의 발현이 증가한다.





발현이 증가된 티로시나아제에 의해 본격적인 멜라닌 합성이 이루어진다. 멜라닌형성세포 내 소기관인 멜라노좀(일종의 색소 공장)에서 멜라닌의 전구체이자 아미노산의 일종인 L-티로신이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촉매 반응을 통해 도파로, 산화 과정을 거쳐 다시 도파퀴논으로 각각 대사된다. 이후 TRP-1와 TRP-2에 의해 최종 멜라닌으로 전환되며, 글루타티온이나 시스테인의 작용을 받으면 붉고 노란 페오멜라닌이, 그렇지 않으면 검은 유멜라닌이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멜라닌이 멜라노좀 안에 가득 차게 되면, 멜라노좀은 표피층의 세포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멜라닌형성세포의 말단인 수상돌기로 이동하고, 이를 통해 인접해 있는 각질세포로 전달된다.

공장에서 물건이 만들어지면 포장을 해서 출고하는 것처럼, 멜라노좀에서 만들어진 색소를 피부 표면의 각질층을 향해 올려 보내기 위해서다. 각질세포의 세포질 내에 침착된 멜라닌 색소는 세포의 턴오버 주기에 따라 이동 및 분화 과정을 거쳐 각질층에 다다라 비로소 탈락한다.









사실 색소침착은 자외선에 의한 피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자외선 노출이 누적될수록 세포 DNA 손상, 산화 스트레스 유발, 콜라겐 파괴로 인한 탄력 저하, 피부 보호 장벽 약화 등 광범위한 피부 손상과 심할 경우 피부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난히 얼룩덜룩한 색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멜라닌에 의한 색소침착의 정도가 지나치거나 장기화되었다면, 광손상의 위험도 역시 비례하여 높아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라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자외선에 의한 문제가 피부 표면의 색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피부 속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SIGNAL DNA 손상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세포핵의 DNA 사슬 구조가 절단된다. 이로 인해 세포 분열이 정지되고 세포 스스로 사멸하거나 복구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SIGNAL ROS 증가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은 세포 미토콘드리아 속 활성산소(ROS)의 비정상적인 활성을 유도한다. 본래 신체는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자체 항산화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나, 자외선은 이를 억제하여 산화적 손상을 유발한다.

SIGNAL MMP 증가
자외선이 진피까지 깊숙이 침투하면 피부 탄력에 관여하는 콜라겐 및 엘라스틴 섬유와 세포외기질을 분해하는 MMP 효소가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피부의 구조적 지지력이 약화되면서 조직 내 빈틈이 늘어나고 주름이 깊어질 수 있다.

SIGNAL Barrier 약화
표피 가장 바깥에 위치한 각질층은 자외선 노출에 대한 첫 번째 방어선으로, 자외선의 복사열은 각질세포의 결합을 약화시켜 비정상적인 각질 박리 및 균열 현상을 유발한다. 또한 천연보습인자(NMF)의 감소를 가속화하여 표피층의 수분 레벨을 낮춘다.












한 번 생긴 색소침착은 자연적인 회복이나 개선이 쉽지 않기에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 자외선에 의한 색소는 2~3일 이내에 피부 표면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멜라닌이 계속해서 축적되면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때문에 여름의 시작인 6월, 작열하는 태양빛에 맞서 발 빠른 대비책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이 자외선으로 인한 색소침착을 예방하는 가장 원천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 평소 자외선에 노출되는 생활 패턴을 고려하되, 일상 속에서 자외선을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는 최소 SPF30 PA+++ 내외의 UVA와 UVB 필터가 적절하게 조합된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한다.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사용량과 방법이 중요한데, 성인 여성 기준으로 손가락 두 마디를 꽉 채우는 양(약 2mg/cm²)을 외출 약 30분 전 얼굴 전체에 두드리듯 펴 바르고, 이후 피부에서 분비되는 땀이나 피지에 의해 벗겨질 것을 감안해 약 2~3시간마다 수시로 덧바르는 것이 좋다.





피부에 색소가 쌓이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축적된 각질세포를 주기적으로 탈락시켜줄 필링이 필요하다. 특히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멜라닌 색소가 올라오는 것뿐만 아니라 각질 턴오버 주기 또한 느려지는데, 이로 인해 멜라닌 색소를 머금고 있는 각질세포가 자연스럽게 탈락하지 못하고 피부 표면에 쌓이게 된다. 광노화 피부를 손으로 만져보면 일반적인 피부보다 각질이 두껍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이에 주기적인 필링이 필요하며, 각질 제거는 물론 항산화 브라이트닝 및 수분 공급 효과를 겸비한 글리콜산, 시트릭산, 피틱산, 만델산, 말릭산, 피루브산 등 화학적 산(Acid)이나 부드러운 효소(Enzyme)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자외선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여름철에는 필링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강한 필링은 오히려 멜라닌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켜 또 다른 색소침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트닝 스킨케어의 가장 큰 핵심은 멜라닌 생합성을 유도하는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활성 작용을 억제하거나 멜라닌 전구체인 티로신의 산화를 방지하거나 표피세포로의 멜라닌 색소의 이동과 확산 경로를 차단하는 데 있다.

현재 국내 식약처가 고시한 미백 기능성 원료로는 티로시나아제 활성화를 방지하는 닥나무추출물, 알부틴, 알파-비사보롤, 감초추출물 그리고 티로시나아제 효소에 자극받은 티로신의 산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C 유도체(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아스코빌테트라이소팔미테이트, 에칠아스코빌에텔), 멜라닌의 표피 이동을 억제하는 나이아신아마이드까지 총 8가지가 있다.

멜라닌을 타깃하는 브라이트닝 성분과 함께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의 산화 손상을 예방하고 복구하는 비타민 E, 글루타티온,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 성분을 결합하도록 한다.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직후 피부에 열감이 쌓이면서 피부가 붉고 예민해지거나 탈수되어 건조해지면 색소침착이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자외선에 의한 홍반이 지속될 경우 염증 매개 인자를 통해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는 동시에 갈수록 혈관의 수축 능력을 저하시켜 안색을 망가트리고,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기제로 멜라닌 활성을 촉진함으로써 색소가 필요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즉각적인 진정과 뛰어난 항염 효과를 지닌 알로에베라, 아줄렌, 병풀추출물 등과 함께 수분 보유력을 높여줄 히알루론산, 글리세롤, 판테놀 그리고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등을 스킨케어에 추가한다.





References 1. Yoon Y. M. & et al., 2013, Effects of Ultraviolet Radiation on the Skin and Skin Cell Signaling Pathways, Kor. J. Aesthet. Cosmetol., 11(3), 417-426.














 
by 차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