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
피부를 빨리 늙게 하는 결정적 노화 트리거 4
피부 속부터 시작되는 진짜 안티에이징,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가속화하는 4가지 요소에 그 해답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 늙는 것은 누구나 예외 없지만, 모든 이들이 생물학적으로 같은 모습과 속도로 노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노화의 징후가 시간의 흐름에 정비례하지 않는 이유, 피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에 그 답이 있다.
건강한 피부 조직은 건강한 세포에서 기인하며, 세포는 타고난 유전적 요인을 비롯하여 외부 환경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다양한 내외부적 요인으로 피부에 내재적인 손상이 쌓이기 시작하면, 세포가 항상성을 잃고 그 구조가 변화하거나 기능적인 장애로 이어지며 결국 노화로 연결될 수 있다.
바꿔 말해, 세포 손상의 정도에 따라 노화의 진행 속도 역시 달라질 수 있는 것. 피부 노화와 관련하여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4가지 과정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노화가 가속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피부를 위해서는 세포 손상을 야기하는 요인을 컨트롤함으로써 노화의 징후를 다각도로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당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은 당이 피부 노화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화는 혈류 속 잉여 당 분자가 단백질과 지질에 결합하여, 정상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구조를 바꾸는 변형 단백질인 최종당화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이하 AGEs)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당화로 인한 손상은 전신적으로 작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 당화 과정에서 생성된 AGEs는 진피 콜라겐 및 엘라스틴 단백질에 달라붙어 이를 딱딱하게 경화시키거나 화학적으로 그 구조를 변성시킨다. 그 결과, 피부는 본래의 유연성과 탄성을 잃고 뻣뻣하게 변하며 쉽게 처지고, 안색 또한 불투명하고 어둡게 바뀐다.
뿐만 아니라 당화로 인해 세포막에 AGEs와 결 합하는 수용체(RAGE; Receptor of AGE)가 발현되면서 염증과 관련된 각종 면역 인자가 활성화되어 만성적인 염증과 그로 인한 연쇄적인 피부 손상을 야기한다.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마치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것처럼, 당화로 인한 노화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나이가 드는 것 외에도 AGEs는 당이 함유된 음식이나 고온에서 조리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 당뇨와 같은 특정 질환, 잠재적으로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계속 쌓이며 한 번 생기면 쉽게 분해할 수도 없다.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당화로 인한 피부 손상의 위험 또한 더 클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최근 AGEs의 역할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세포 차원에서 노화의 원인을 차단하기 위해 뷰티 업계에서 항당화(Anti-glycation)를 콘셉트로 한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이유다.
당화는 대부분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설탕이나 우유, 정제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습관은 AGEs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식단에서 당분을 무작정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은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원이기 때문.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 비정제 탄수화물(통곡물 등)을 선택하고, 섭취량을 적당히 조절하여 잉여 당분을 남기지 않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AGEs의 활성을 줄이는 카르노신(닭고기, 생선 등), 비타민 B1인 티아민과 B6인 피리독신 외에도 강황, 계피, 생강 등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음식은 가능한 찌거나 삶는 방식으로 저온에서 조리해야 AGEs 형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화 반응은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가속화되기도 한다. 비타민 C나 E 등 항산화제를 섭취하거나 일상 속에서 활성산소를 만드는 환경을 컨트롤하는 것은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 외에도 체내 AGEs의 축적을 막아 당화로 인한 염증 반응과 조직의 손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킨케어 시에도 항당화 & 항산화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선택할 것. AGEs에 대항하는 스킨케어 성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대부분 당화 방지를 위한 보충제로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나 항산화 특성을 지닌 성분을 활용하고 있다. 전자로는 카르노신, 비타민 B1, B6, 알파리포산이, 후자로는 비타민 C와 E, 글루타티온, 나이아신아마이드, 녹차추출물, 블루베리추출물, 연꽃추출물 그리고 해조류에서 추출한 라미나리아디지타타추출물, 블래더랙추출물 등이 대표적이다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의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망가뜨리며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호흡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 산소는 세포 내에서 ATP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대사 과정에서 아주 소량의 산소가 활성산소(Free Radical) 형태로 바뀌게 된다.
활성산소는 그 자체로 매우 불안정한 분자 형태로, 낮은 농도일 경우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 분자로 작용하나 과잉 생성되면 오히려 세포를 공격하는 물질로 바뀐다.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금속 표면이 녹슬고 껍질 벗긴 사과가 변색되듯, 세포 단위에서 강력한 산화 작용을 일으켜 세포의 구조적 손상과 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것.
그 결과, 세포로의 영양 및 수분 공급이 감소하면서 피부가 점차 건조해지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 성분이 변형될 뿐만 아니라 DNA에 직접적인 손상을 유발하며 노화를 촉진한다. 활성산소는 호흡을 통한 대사 과정 외에도 평소 식습관이나 자외선 노출, 음주, 흡연, 약물 복용, 스트레스 등 생활습관의 영향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세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적인 항산화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일상 속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해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항산화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만들어진 활성산소를 직접 제거할 수는 없지만 자외선 차단은 활성산소로 인한 연쇄적인 손상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외선 노출 빈도가 잦을수록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 역시 증가하는데, 자외선 중 파장이 긴 UVA가 세포 내 활성산소를 유발하며 DNA를 손상시키는 주범이기 때문. 날씨와 장소에 관계없이, 최소 SPF30 PA+++ 내외의 UVA와 UVB 필터가 적절하게 조합된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한다. 자외선이 강한 날에는 챙이 긴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몸은 항산화 효소를 생성하여 자체적으로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분비량이 줄어들기에 추가적인 항산화제의 공급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항산화제로는 비타민 A와 C, E를 비롯해 코엔자임Q10, 글루타티온, 폴리페놀(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카테킨, 퀘르세틴, 플라보노이드 등), 셀레늄 등이 있다. 이중 비타민 C는 가장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으로 과일과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며, 통곡물과 견과류에 많은 비타민 E와 함께 섭취했을 때 상승 작용을 일으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항산화제를 먹고 바르는 것만큼이나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생활 환경을 컨트롤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량의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과식이나 폭식,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 규칙적인 수면과 함께 일상 속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건강한 세포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세포의 잠재 수명은 타고난 유전 정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와 같은 요인이 노화 속도의 차이를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선천적인 요인 못지않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노출되는 생활 환경에 의해 유전자의 기능적 발현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 변화라 하며, 세포 내 DNA 염기서열은 그대로 유지한 채 여러 후천적인 요소에 의해 염색질의 구조적 변화, 즉 DNA 메틸화가 나타나면서 노화와 관련된 특정 형질이 나타나거나 억제될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전으로, 쉽게 말해 세포 속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또는 활성화되지 않는지 생화학적 On & Off 스위치 역할을 하며, 유전자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발현(저메틸화 or 과메틸화)을 조절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노화와 관련한 유전자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심각한 세포 변형을 야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세포 노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일상 속 화학물질 및 자외선 노출, 영양소 섭취, 스트레스, 약물 복용, 음주, 흡연 등이 후성 인자로 작용하며, 안타깝게도 유전자는 일단 메틸화되면 되돌리기 상당히 까다롭기에 세포와 상호작용하는 외부 환경을 적절히 컨트롤 할 필요가 있다.
후성유전학적 차원에서 유전 스위치를 조절하며 세포 노화를 결정짓는 대표적인 인자는 생활 환경 그리고 식이요법이다. 물론 실제 유전자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건강하게 개선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여 노화의 징후를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다수의 전문가는 건강한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타민 B군 중에서도 엽산(B9)은 DNA에 메틸기를 전달하는 핵심 영양소이며, 이외에도 후성 유전학 기전에서 주요 효소나 단백질에 작용하여 DNA 메틸화를 가역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영양소로는 강황(커큐민), 녹차(EGCG), 콩(제니스테인), 포도(레스베라트롤) 등이 있다.
염증은 감염이나 외상을 비롯하여 내외적 자극에 대한 신체의 적극적인 방어 기제이자 손상된 조직의 재생과 치유를 위한 정상 반응으로, 세포 단위에서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반응을 초래한다. 피부 조직에서의 염증은 면역 시스템이 항원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데, 이때 해당 부위로 대식세포가 분비한 사이토카인과 비만세포가 분비한 히스타민 등 염증 매개 물질이 모이면서 면역 반응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되며 백혈구의 결합이 촉진되고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어 발적, 열감, 통증, 붓기 등의 증상을 동반, 이미 파괴된 세포를 제거하는 동시에 조직을 재생시킨다. 손상에 대한 초기 반응으로써 빠른 시일 내 해결되는 급성 염증과 달리, 만약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염증이 만성화되면 손상된 세포를 포함해 주변의 건강한 세포가 파괴되고 구조적 손상을 복구하는 능력이 감소하여 노화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가속화될 수 있다.
자외선이나 계절 변화, 대기 오염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환경적인 요소 외에도 여드름으로 인한 염증을 비롯해 여드름 압출, 필링 또는 레이저 시술, 피부에 열을 가하는 기기 관리 등 스킨케어 시 가해지는 자극에 의해서도 염증이 유발되며, 이로 인해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한 피부의 노화 현상을 늦추기 위해서는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완화하며 재생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염증 반응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세포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신선한 과일과 채소,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 호두 등을 섭취하고 적절한 세포 기능과 신진대사의 활성화를 위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한다.
이외에도 스킨케어 시 꼼꼼한 자외선 차단과 함께 항염 및 항산화 효과를 지닌 성분을 선택한다. 아줄렌, 비사보롤, 피토스테롤, 레스베라트롤, 녹차추출물, 아르니카 몬타나꽃추출물 등이 항염 및 항산화 효과를 겸비한 대표적인 성분이다. 이때 세포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주는 LED 디바이스나 정체된 열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림프 드레니쥐 테크닉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by 차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