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
피부를 잠식한 멜라닌 대처법
강렬한 자외선에 잡티가 폭발했다. 색소침착으로 엉망진창이 된 피부 컨디션을 되돌리는 뷰티 팁 공유.
얼굴 전체에 콕콕 박힌 잡티 때문에 속상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멜라닌(Melanin)’. 인간과 동물 피부에 존재하는 멜라닌은 피부, 눈, 머리카락의 색을 결정하는 색소로 작용한다. 동시에 기미, 주근깨와 같은 색소침착을 이끄는 주범이기에 종종 멜라닌은 유해한 요소로 취급되지만, 사실 멜라닌은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죄밖에 없다.
멜라닌은 본래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방어 역할을 한다. 특히 자외선이 피부 깊이 침투해 세포 DNA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표피에서 멜라닌이 흡수하는 작용을 하는 것. 따라서 자외선 노출량이 많다면 그만큼 멜라닌 생성이 촉진되어 피부에 크고 작은 잡티가 늘어날 수 있다. 이외에도 멜라닌은 임신과 같이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있을 때 과다 생성되기도 하고, 염증 후 상처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염증 후 색소침착(PIH)을 남기기도 한다.
여름 후 출몰하는 기미와 잡티의 원인은 단연 자외선이다. 표피 기저층에서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고 분비하는 세포, 멜라노사이트(Melanocyte)가 자외선에 의해 자극되면서 과다한 멜라닌을 생성하고 이에 피부가 잠식되어 거뭇한 반점들로 얼룩지게 되는 것.
진피와 맞닿아 있는 표피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멜라노사이트는 표피 상부를 향해 손가락을 뻗은 것처럼 돌기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자외선에 의해 생성되는 활성산소 등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멜라닌 생합성을 이끄는 티로시나아제 효소가 활성화된다. 티로시나아제 효소는 비필수 아미노산인 티로신을 산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는데, 이때 티로신이 산화되면서 도파퀴논으로 변환되어 흑갈색 또는 붉은색 색소를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멜라닌 색소는 멜라노사이트 내 멜라노좀(Melanosome)이라는 세포 소기관에 쌓이고 돌기를 통해 상층부의 각질 세포로 이동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상당한 양의 멜라닌 색소가 각질층까지 운반되면 기미, 잡티 형태의 눈에 띄는 색소침착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자리 잡은 색소침착은 자연 회복이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기 쉽다. 더위는 한풀 꺾였을지 몰라도 9월 역시 자외선량이 상당하기에, 지저분하고 칙칙한 피부 톤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본연의 말끔한 피부를 되찾을 스킨케어를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 색소침착에 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이다.
그리고 동시에 브라이트닝 솔루션을 통한 집중 브라이트닝 케어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로 화장품을 통해 멜라닌 색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미백’, ‘화이트닝’, ‘브라이트닝’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대다수의 브라이트닝 솔루션은 멜라닌 생합성을 유도하는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성분을 활용해 멜라닌 과잉 형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의 대표적인 브라이트닝 활성 성분의 작동 원리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볼 것.
스킨케어부터 영양제까지 뷰티 & 헬스 케어 영역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비타민 C는 대표적인 미백 성분으로 꼽힌다.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으로도 불리는 비타민 C는 멜라닌 형성에 필요한 티로시나아제 효소가 활성될 때 구리 이온과 결합하며 티로시나아제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브라이트닝 효과를 발휘한다.
이외에도 보습 및 항산화 효과를 지니며, 콜라겐 분자를 안정화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리실 및 프롤린 수산화효소의 보조 인자로 작용해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화사하면서도 탄탄하게 케어한다. 이처럼 비타민 C는 스킨케어 성분으로서 많은 이점을 지녔으나 순수 비타민 C 그 자체로는 빛과 열에 쉽게 산화되어 사용에 불편함이 따르고 피부가 민감할 경우에는 자극적일 수 있다.
이에 피부가 민감하고 예민한 경우 보다 안정적으로 비타민 C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비타민 C 유도체(소듐 아스코빌 포스테이트, 아스코빌 디팔미테이트 등)를 활용한 제품을 추천한다.
비타민 B3의 한 형태인 나이아신아마이드 또한 브라이트닝을 비롯해 콜라겐 합성, 세라마이드 촉진, 트러블 완화에 유효한 멀티 플레이어 성분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피부의 수분 보유력을 강화시켜 피부 표면의 수분 손실을 방어함으로써 건조하거나 예민한 피부에도 민감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레티놀, 펩타이드, 히알루론산, AHA 등 브라이트닝과 항산화 효과를 겸비한 다른 스킨케어와 병행하여 적용해도 자극 없이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브라이트닝 효과를 발휘하는 메커니즘은 특별한데, 관련 연구*에 따르면 나이아신아마이드는 티로시나아제 효소를 촉진하거나 멜라닌 생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하진 않지만, 멜라노좀의 이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잡티, 기미 등의 색소침착으로 인식하려면 멜라닌 색소가 멜라노좀 형태로 기저층에서 각질층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러한 멜라노좀의 이동을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최대 68%까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 Hakozaki,L. Minwalla, J. Zhuang et al., The effect of niacinamide on reducing cutaneous pigmentation and suppression of melanosome transfer(2002)
알부틴은 베어베리 등 식물에서 추출되는 하이드로퀴논에 포도당이 붙은 분자 구조를 갖는데, 하이드로퀴논과 포도당이 결합된 구조에 따라 알파(α)와 베타(β)로 나뉜다. 알파 알부틴은 빛과 열에 취약한 베타 알부틴과 달리 피부에 안정적으로 작용하여 데이 & 나이트 케어에 모두 활용될 수 있다.
더불어 멜라닌 형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베타 알부틴보다 10배 정도 더 강력하고, 비타민 C나 나이아신아마이드 등 다른 브라이트닝 성분과도 잘 어울려 프리미엄 브라이트닝 성분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알파 알부틴은 티로시나아제와 반응해 멜라닌 생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색소침착을 예방하고 케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멜라닌 생성을 위해 티로시나아제는 티로신과 결합해야 하는데, 티로신과 구조가 유사한 알파 알부틴이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가면서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것.
감초 뿌리의 글라브리딘(Glabridin) 성분은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과도한 멜라닌이 형성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아울러 피부를 강력히 보호하는 항산화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외선에 의해 악화되는 색소침착을 예방하며 브라이트닝 및 자외선 차단 솔루션에 자주 사용된다.
또한 감초추출물 내 리퀴리틴(Liquiritin)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멜라닌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미 피부에 자리 잡은 색소침착을 케어하고 피부 톤을 고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피부 보습 및 진정 성분으로도 탁월한 감초추출물은 피부에 순하게 작용하여 그 자체로는 피부에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자극 반응을 야기할 위험이 낮다.
더욱더 즉각적이고 빠른 브라이트닝 효과를 원한다면 뷰티 디바이스를 활용한 테라피를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화이트 태닝이라 불리는 LED 테라피는 염증 후 과색소침착(PIH)과 햇볕에 탄 피부의 안색을 고르게 개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시광선 중에서도 가장 파장이 긴 633nm의 근적외선을 통해 섬유아세포의 성장인자를 자극하여 피부 자연적 재생 기전을 활성화한다. 이로써 멜라닌 색소로 침착된 각질 세포 탈락을 유도, 피부 톤을 맑게 개선시키고 피부 밀도를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