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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소중함은 커져만 간다. 그렇기에 마음 속 인간 관계에 대한 작은 철학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만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조용한 커피숍, 느지막한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이 없다. 카페 주인장의 마음이야 다르겠지만, 창 밖 비 내리는 풍경을 보자니 오늘은 이곳을 통째로 빌린듯한 호사스러운 기분이 든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은 비 내리는 박자에 맞추어 리듬을 타는 듯하다.

건너 테이블 위에 이면지 한 장이 보인다. 가방에 있던 볼펜 한 자루를 꺼내어 종이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글 쓰는 사람이라 이런 기회를 놓치기 싫었는가 보다. 조용한 분위기, 방해받지 않을 공간 속에서 나만의 대화를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런 화두에 내 마음은 멈추었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만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소중함은 커져만 간다. 그렇기에 마음 속 인간 관계에 대한 작은 철학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면지 위에 적은 글은 다음과 같다.



1 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

청년 시절, 내가 자주 사용했던 사자성어 중 하나는 ‘다다익선’이었다. 무엇이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그 말이 좋았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20대 시절이었으리라. 무엇이라도 혼자 해내는 힘과 경험이 부족했기에, 누군가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했기에 그 말을 좋아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혼자의 힘으로 할 일들이 점차 많아지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굳이 누군가와 애꿎은 시간을 맞출 필요성이 떨어지게 된다. 군대 시절, 시간만 지나면 제대한다는 마음처럼 하루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아무나 만나고 아무 일이나 하는 성향이 많다. 보이지 않지만, 오늘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누군가와 함부로 말을 섞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나의 맑은 마음, 내가 연초에 세웠던 계획에서 이탈할 여지를 만들 사람과 멀어질수록 집중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하루를 자신의 일로 가득 채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2 언행에 신중한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

언행이라 함은 말과 행동을 의미한다. 유아 시절 언행에는 책임감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를 입학하고 고학년이 되었을 때 말이 쉽고,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되면 관용의 폭은 좁아진다. 즉 신용이 없는 사람, 실속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리게 된다.

말에 대한 속담은 너무나 많다. 혀 밑에 도끼가 있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은 스스로를 망하게 하는 자멸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게 하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말을 신중히 하고, 그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이라 생각한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







3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를 물어보면 대부분 가족이라 말한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 참 보기 좋다. 하지만 그 대답 안에는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자식이 잘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은 그의 말년이 행복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도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반문하고 싶다. 당신은 부모에게 과연 그런 자식인지 말이다.



자기의 행복도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한 법이다.



내 마음이 늘 불안하고 초조한데 어떻게 가정에 웃음이 늘 함께하리라 기대하는가? 내 마음이 건강해야, 내 몸이 튼튼해야 세상이 건강하게 보이는 게 세상 이치이다.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대접받을 수 있다.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할 때, 다른 이 역시 그만큼 존중하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pert 최경규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