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SOLUTION
[조한경] 꿈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한국 상륙
[조한경] 꿈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한국 상륙
누가 효과를 보고 누가 부작용에 시달릴까?
일론 머스크 다이어트 약으로 유명한 위고비의 국내 상륙. 효과만큼이나 부작용도 분명한 위고비, 누구에게 효과적이고, 누구에게 부작용 위험성이 클까?
비만 치료제 위고비
‘오젬픽’의 후속작인 ‘위고비(Wegovy)’가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10월에 국내 출시되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비만 치료제로 각광을 받은 ‘세미글루타이드(Semaglutide)’ 계열의 약물이다.
일론 머스크나 킴 카다시안 등이 살 빼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홍보하면서 병원에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끈 약물이다. 미국에는 진작 출시되었던 지라,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비만 치료 목적으로 위고비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필자가 직접 관찰한 결과, 이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룹과 반면에 부작용의 위험만 큰 그룹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누가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고도비만이 아닌 과체중 정도에 아직은 대사율이 높은 남성들이다. 반드시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소식을 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투약’이 아니라 ‘소식’과 ‘운동’이다. 운동의 목적은 감량이 아니라 근손실 방지, 즉 요요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 그룹은 소량만 투약해도 되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위고비를 주사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살이 빠지는 건 아니고, 결국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이 약물의 주 기능과 원리가 식욕 억제가 안 되는 환자들의 식욕 억제를 돕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식욕억제제처럼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호르몬 신호를 통해 소화 기능의 활동을 억제하고 식욕 호르몬을 조정한다.
소화기관이 느려지니 음식을 적게 먹게 되는 것까진 좋은데, 그로 인해 가장 큰 부작용은 위장장애, 소화장애이다. 일단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기능의학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본다. 음식을 먹어도 영양소 흡수가 안 되니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보충제를 써도 흡수를 못하니 병이 잘 낫지도 않는다.
우울증을 포함하여 어지간한 건강 문제의 시작이 장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고비의 대표 부작용인 소화불량 외에 주요 부작용으로는 저혈당이 있다. 그 밖에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갑상선 암, 갑상선 기능저하, 췌장염, 담석 등이 있다. 아직 신약이라 장기적인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생리화학적으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고, 해독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가장 효과가 없고
부작용 위험이 높은 그룹이 있다
약의 기전이나 부작용을 고려해 볼 때, 40~50대 대사가 떨어진 복부비만의 술 마시는 여성이다. 이 그룹에 속한 이들은 고용량을 주사하는 경우도 많아서 초반의 효과가 클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고 요요를 겪을 확률도 매우 높아진다. 문제는 요요와 부작용 확률이 높은 그룹에서의 관심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살 빠진다는데 부작용 감수 좀 하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흔하고 심각한 부작용이 위장장애다. 위고비의 전신인 오젬픽은 위장관 마비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되었다.
부작용으로 거론되고 있는 위장장애는 오젬픽의 원래 ‘주작용’에 해당한다. 위장관을 ‘마비’시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거나 소송 소식이 들리기도 전부터 위장관이 느려지는 주작용 자체를 일부 기능의학 전문의들이 경계한 바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약물 승인 과정의 부정부패이다. 오젬픽은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경박한 헐리웃 연예인 마케팅 바람을 타고 비만 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약물인데, 심지어 미국 식약처 FDA는 이들 약물을 ‘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승인하고 말았다.
늘어나는 청소년 비만이 걱정이라면 아이들을 운동시키고, 가공식품이 아닌 진짜 음식을 먹으라고 가르치고 홍보하면 될 일인데, 적어도 미국 FDA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 당시에도 운동, 영양, 수면으로 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라는 소리는 절대 안하고 백신만 승인, 판매하기 바빴던 것처럼 미국 식약처는 소비자보다는 제약회사의 편에서 움직이는 듯하다.
그 결과, 오젬픽과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제약회사로 발돋음 할 수 있었고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은, 노보 노디스크 본사가 있는 유럽에서는 청소년 비만 치료로 오젬픽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불법이다.
오젬픽과 위고비 뿐만 아니라 향후 5년 내, 16개의 유사한 비만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한 가지 예언을 하자면, 아무리 신약들이 개발되고 출시되어도 비만은 퇴치되지 않고 늘어날 것이다.
‘꿈의 비만 치료제’라는 위고비는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의 꿈일 뿐, 비만인들의 꿈을 이룰 수 없으며 한동안 유행하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용 목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 가볍게 접근할 약물은 아니기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글
Expert 조한경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