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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지루한 일상, 고여가는 스트레스
[김나연] 지루한 일상, 고여가는 스트레스
당신의 자율신경계는 안녕하신가요?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자율신경실조증. 그 해법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 자율신경계의 이상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하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겨우 잠을 청하는데 깨는 것도 수십 번. 작은 소음에도 곤두서게 되고 큰 소음에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피로는 탑처럼 쌓여 있고 어떤 기운도 나지 않는다. 동료의 말도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일쑤다.
평범한 것이 최고라고 믿고 살아가다가도 평이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가끔은 홀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친구 A의 이야기다. 집과 회사를 반복하며 자신이 어디로든 흘러가지 못하고 계류된 것만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유 모를 불안감, 지속된 스트레스, 만성 피로, 어지럼증까지. 요즘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루트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의료 진단 시스템까지 발달한 시대인데도 많은 사람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왜 점점 우울증이 늘어날까? 왜 인간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아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을까?
이웃간의 정, 배려와 친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시대에 급부상으로 떠오른 키워드는 ‘자율신경계 이상’이다. 우리 몸은 계속해서 바뀌는 외부 환경에 맞추어 신체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장기와 심장,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을 통제하여 몸의 환경 유지에 관여하는 것이 말초신경계통 신경계인 자율신경계다.
우리 몸 전신에 분포된 자율신경계는 긴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인, 쉽게 말해 신체를 흥분하게 하는 교감신경과 긴급한 상황을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역할이자 신체를 쉬게 하는 부교감 신경으로 나뉜다.
자율신경계의 이상. 즉 ‘자율신경실조증’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밸런스가 무너질 때 나타난다. 한 쪽 신경이 두드러지게 활성화되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율신경실조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것은 과로한 피로나 갈등도 있지만, 가장 손에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과중된 업무, 긴 노동 시간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현대인들 스트레스 주 원인은 실질적인 관계의 소통 부족, 서로 간의 배려와 사랑의 부족이다. 날 선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 간의 감정이 공유되지 않을 때 우리는 인간 관계에서 어떠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
서로를 위하기 위해 만나는 관계인데 왜 우리는 행복해지지 못하는가. 이러한 사랑이 결여된 사회는 개개인의 행복마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행복은 호르몬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 신체에는 스트레스를 다독여 주는 호르몬, 애착과 정서에 안정을 주는 호르몬이 있다.
자율신경계실조증에 맞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율신경실조증에 맞서는 방법들은 다양하지만, 가장 빠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킨십이다. 손을 부여 잡거나 팔을 벌려 서로를 안아주는 것. 스킨십을 할 때 우리 뇌는 행복을 주관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사랑의 호르몬이자 공감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신경조절 물질이다. 옥시토신 호르몬의 결핍될 때는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포함된 변연계 연결망이 위축되어 우울증과 조울증을 심화시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능력이 감소되고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에 치중된 판단을 내려 스스로를 감정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근막부터 신경계까지 몸과 마음을 이완해 주는 마사지
그렇다면 자율신경계가 무너졌을 때 스킨십만이 정답일까? 당연한 소리지만, 그렇지 않다. 자율신경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경이지만, 습관이나 환경 개선을 통해 서서히 교정해 나갈 수 있다. 마사지, 운동, 명상이 그 예시다. 대뇌피질과 간뇌 사이의 경계에는 변연계가 있다.
변연엽과 여러 해마로 구성되어 있지만, 변연계에서 자율신경계와 가장 근접한 활동을 하는 조직은 바로 ‘편도체’다. 자율신경계가 위기를 감지하고 긴급한 상황이라 판단을 내리면 교감 신경계들이 일하기 시작한다. 편도체는 감정 조절, 공포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하기에 대뇌피질보다 앞서 위기 상황에서 일을 한다.
스트레스가 늘어갈수록 편도체는 과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예민해진다는 것은 편도체의 과로로 인해 감정을 거르지 못한 채 모든 감정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긴장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해주는 마사지다. 긴장된 몸을 유연하게 풀어주며 심신이 이완되고 감각들을 일 깨우면서 비로소 편도체가 쉴 수 있게 돕는다.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피부 내 세포 물질 교환 속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피부 탄력을 되돌려주며 노폐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영양 공급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잔잔한 음악과 향긋한 아로마 오일, 전문가의 부드럽고 단단한 손길과 함께 한 마사지는 자극받은 신경과 감각 수용체가 척수를 통해 부교감 신경계가 심장수와 혈압을 낮출 수 있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만든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도파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며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사지를 받으면서 왠지 모를 해소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우리 몸이 분비하는 호르몬의 양은 점점 감소한다. 기억할 것. 자율신경계의 이상에서 탈피하는 것은 ‘내 몸이 편안한 상태’, ‘경직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 몸이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것은 나에게 맞는 생활습관과 마음 가짐을 만드는 일일 터.
필자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내 일상의 킥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 떠나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새로운 길, 새로운 하루, 새로운 루틴. 마사지를 받거나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하루들을 찾으러 가보라고 말이다. 머지않아 평온해질 당신의 하루를 기다리겠다.
글
Expert 김나연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