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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디톡스의 기본 원칙
너무나 흔한 단어가 된 디톡스, 디톡스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롭게 정의된 디톡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해독’이나 ‘디톡스’라는 말은 위급한 상황에서나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예를 들면, 수은에 중독되었다든가, 농약을 삼킨 환자가 응급실에서 장 세척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는 뱀에 물려서 Antidote라고 하는 ‘해독제’를 사용해서 환자를 위급 상황에서 살려내는 의료 행위, 그런 것들이 ‘해독’에 해당한다.
즉, 환자가 독극물 때문에 즉사할 위험에 놓인 위급한 상황이다. 여기서 핵심은 ‘급성 중독’이다. 그런 위중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해독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해독, 또는 디톡스라는 단어를 너무나 평온한 분위기에서 사용한다.
‘뱃살을 쏙 빼주는 해독주스’
‘혈관 청소 디톡스’
‘레몬 디톡스’
이런 식이다 보니 의사들이 디톡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소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젊었을 때는 해독이나 디톡스 같은 단어가 너무 쉽게 남용된다고 생각해서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고 기능의학 공부를 하는 사이,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기존 지식들도 바뀌면서 디톡스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등장하고, 그에 따라 시각도 바뀌었다.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의사들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요즘 의사들은 백신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백신에 대한 의심을 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약물과 다를 바 없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둘 정도로 깨어 있다.
또한 요즘 의사들은 콜레스테롤 약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처방을 고민한다. 이전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비타민 D나 오메가3 같은 영양소들은 다 필요 없다고 일축하였으나 요즘은 비타민 D 수치를 검사해서 부족하면 처방한다. 15년 전만 해도 의사가 장 누수 증후군 같은 것을 언급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존재를 인정하는, 질환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새롭게 정의된 해독, 디톡스에 대해 알아보자. 디톡스가 너무 흔한 단어가 되다 보니 누구나 다 디톡스에 대해 아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정작 디톡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톡스의 기본 원칙
디톡스는 간에서 이루어진다
원래 해독이라는 건 따로 날 잡아서 레몬만 먹거나 특별한 주스를 마시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작정하고 그런 행사(?)를 치루지 않더라도 우리 몸은 매일 해독을 하고 있다. 해독은 우리 몸이 마땅히 해야 하는 수많은 대사 중 하나일 뿐이고, 쉬지 않고 이루어져야 하며, 간이 대부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 몸이 지금과 같은 해독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세먼지와 공해는 말 할 것도 없고 현대인들이 먹고 있는 식품첨가물과 제초제 같은 화학물질들을 버티는 힘은 몸의 해독능력 덕분이다.
굶어야 간이 해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간이 아무 때나 해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지만, 계속해서 독성이 강한 음식들, 단순당이나 가공식품, 술을 마신다면 밀려 들어오는 독소들을 처리하느라, 진정으로 몸을 청소할 겨를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체내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여간다. 몸의 입장에서는 독소를 아무렇게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에 가둬 저장을 한다. 지방은 단순히 남아도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호르몬을 분비하고, 독소를 가둬두는 장기에 해당한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이 생기고, 내장지방으로 인해 똥배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공복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간과 혈관을 청소하고 세포들을 해독하는 생활습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먹거나 자주 먹는 습관은 몸에 독소와 노폐물을 쌓는 습관이다.
먹거리와 환경으로 인해 체내 독소가 쌓이기도 하지만, 해독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비타민 B 대사에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술이나 단순당을 너무 많이 먹어 간세포가 손상되면 해독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몸의 염증 증가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사소하게는 피부 질환이 생기거나 머리가 맑지 못하고 우울감이 심해질 수도 있으며, 심각하게는 심혈관 질환과 암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해독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해독이 완성된다
해독의 대부분은 간에서 이루어지는데,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독소들을 간에서 수집하고 체외로 배출시키기 위해 포장까지 한다. 때문에 (림프를 포함한)혈관이 건강해야 하고 혈액순환도 잘 되어야 하는 것이 해독의 첫 번째 조건이다.
간에서 포장까지 마치고 내다 버릴 준비를 해 놓은 독소들을 몸 밖으로 완전히 내보내야만 해독이 완성되는데, 담관을 통해 장으로 내보낸 후 대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잘 되어야 한다. 배변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면 장에 있던 독소들이 다시 몸속으로 흡수된다. 장누수증후군이 있어 장벽에 균열이 있는 경우라면 더 빠르게 몸속으로 재흡수되고 몸에는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땀구멍도 활짝 열려 있어서 땀을 흘려주는 것이 좋다. 피부는 단순한 가죽이 아니다. 체외배출을 담당하는 가장 큰 장기다.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 좋고 원적외선 사우나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몸 밖으로 내보내는 모든 통로들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창문을 닫아 놓고 집안에서 먼지 청소를 하면 먼지가 집밖으로 못 나가는 것과 똑같다. 먼지로 인해 집안이 난리가 나듯, 배출 통로들이 막혀 있다면 해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외 배출이 안되면 오히려 불편한 증상을 초래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을 하게 되면 체지방에 갇혀 있던 독소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때 간이 독소들을 해독하지 못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불편한 증상들을 겪을 수 있다.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든가, 가려움, 탈모 등이 생길 수 있고, 뇌에도 영향을 끼쳐 짜증이나 우울감, 불안감 등이 심해질 수 있다.
흔한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여겨지는 증상들이나 저탄고지 식단을 하면서 겪는 키토플루 등이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몸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신호일 순 있지만 괴로운 증상들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나 식단변화 등을 시도할 때 최상의 간 기능을 유지해야만 한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해독은 간에서 이루어진다.
2. 굶어야 간이 해독할 수 있다.
3.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해독이 완성된다.
4. 체외 배출이 안되면 오히려 불편한 증상을 초래한다.
간헐적 단식은 공복 시간을 확보해 주기 때문에 해독에 도움이 되는 식사 방법이다. 무엇을 먹는 가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먹는 순서나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도 해독에 기여할 수 있다.
오늘은 몸의 디톡스에 대해 알아 봤는데, 어쩌면 제일 중요한 디톡스는 마음의 디톡스이다. 육신은 정신에 지배당한다. 스트레스는 고혈압과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지만, 질병을 고치는 과정에서도 마음의 디톡스가 큰 힘을 발휘한다.
글
Expert 조한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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