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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의 행복학교]
[최경규의 행복학교]
묵묵히, 배려하며, 최선으로

나이에 맞게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본다. 이 질문, 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복잡하고 미묘한 철학적 명제가 된다.
나이에 맞게 사는 삶
어릴 적 배고프면 울고, 무서우면 얼굴 찌푸린 본능이 감정을 지배했던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며 배고프고 무서워도 울지 못하고 웃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런 이유들이 삶에 한 겹 또 한 겹 올려지다 보면 어느새 굳은 살이 되어 원래 내 모습이 가려지기도 한다. 마치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쌓인 사회적 가면들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솔직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협과 포장의 기술로 바뀐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답을 말하고, 직장에서는 상사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며, 사회에서는 다수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하는 역설적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나이에 맞는 삶을 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공자가 말한 지천명의 시기, 즉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가 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하는 갈망은 점차 더 강해진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나이에 맞게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허영심에 사로잡히거나, 젊은 시절의 미련을 놓지 못하고 어색한 몸짓을 반복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그럼 과연 어떤 사람이 나이에 맞는 삶을 사는 이들일까, 질문을 던진다.
1 말이 많지 않은 사람
말수가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를 깨달아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말로 자신을 드러내고,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말이 가진 한계와 위험성을 절감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수다스러운 사람을 나는 싫어하는 편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은 법. 특히 나이가 들어서도 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전하려 하지만, 때로는 꼰대로 비춰지거나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여겨지기도한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질문은 좋다. 내가 오늘 걸어가는 길과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인연에 대하여 생각하고 글로 옮겨보며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름답다. 이런 내적 대화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보다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다. 하
지만 입을 통해서 하는 말에 희열을 느끼며 주워 담지 못할 말을 뱉고서는 비밀로 해달라는 이를 볼 때 과연 나이에 맞는 삶을 사는 이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도 남의 사생활을 논하거나 험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과연 고단했던 세월 속에서도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해진다.

2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
자기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 보호 본능에서 나온, 개인주의에 가까울 것이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자신을 보호하고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간과하기 쉽다.
자신의 시간만 소중해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쉽게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금’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갑작스러운 일방적인 변경은 상대의 하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행동은 더욱 문제가 된다. 젊은 시절에는 자유로움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무책임함이나 배려 부족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그의 평판은 좋아질 리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진정한 성숙함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 만큼, 이런 배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3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세상이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 요즘 장인이라는 단어를 구하기 참 어렵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이 쉬지 않고 등장하는 시대에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장인 정신은 때로는 고리타분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여 그 분야에 도를 깨우친 이를 장인이라 한다면 주위에 장인은 점차 사라져 간다. 하지만 진정한 장인은 단순히 기술의 숙련도만으로 평가되지않는다. 그들이 가진 것은 기술을 넘어선 철학이고, 삶에 대한 태도이다.
반드시 일을 잘해야만 장인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최고의 경지까지는 오르지 않았으나 묵묵히 하루를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이가 있다면 그가 장인이고, 나이에 맞게 사는 어른이라 말하고 싶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완성보다는 노력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진정한 성숙함이다.
하늘이 기회를 줄 때 비로소 그들의 이름은 알려지고, 세상사람들은 그를 장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인정이나 명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어른이다.
과연 나는 이 어른의 대열에 속할 수 있을까? 이 화두가 오늘 새벽,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에 맞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숙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우리는 이런 어른이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글
Expert 최경규
사진
Shuttersto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