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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숍에 고객들이 한 발 가까워졌다 두 발 멀어지는 진짜 이유.




고객들이 우리 숍을 떠나는 말못할 속사정

말하긴 좀 그런데, 참기에도 애매한 그런 순간이 있다. 산만한 인테리어에 배려심 없는 서비스, 거슬리는 위생 관념까지, 에스테틱이나 스파에서 관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면 저마다 사연 하나쯤은 품고 있지 않을까?

에디터 역시 대단히 예민한 성격이 아님에도, 소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 관리를 받으러 갔다가 이런 저런 사소한 이유로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다. 아무리 상담, 테크닉 실력이 좋고 임상 결과가 훌륭해도, 빈틈 하나가 고객을 실망시키고 때로는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만을 느낀 고객 가운데 직접 토로하는 고객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 고객은 말없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다. 더 나은 고객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 페르소나를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우리 숍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에스테틱과 스파를 찾는 고객은 단지 제품과 서비스만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느낌, 해결책, 변화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정뚝떨 모먼트를 모아봤다. 우리 숍이 임상 효과 이외에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엔 무엇이 있을지, 미처 언급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Behind the Scenes
에스테틱에서 은근히 깨는 순간

 


01 
어수선 한 리셉션 & 디스플레이 공간

리셉션은 숍에 들어온 고객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으로 첫인상을 좌우하는 얼굴과도 같다. 데스크 주변으로 고객 차트나 잡다한 서류가 쌓여 있거나, 카드 단말기와 결제 팜플렛, 형형색색의 각종 홍보물이 지저분하게 놓여 있다면 어수선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품 진열장도 마찬가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중구난방 스타일의 제품 배치에 그 자리에서 최소 반 년은 너끈히 버틴 듯 먼지가 소복이 앉은 테스터를 보면, 이 숍에서는 어떤 제품을 쓰는지 궁금하다가도 근처에 가기조차 꺼려진다.

TIP. 리셉션 주변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각 요소를 유사한 톤으로 통일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면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디스플레이 공간은 홈케어 판매로 이어지기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제품 옆에 POP를 세워 간단한 설명을 제공한다.



02
축축한 슬리퍼, 덜 마른 듯
꿉꿉한 타월, 터번 그리고 베딩


일회용이 아닌 이상, 고객들도 슬리퍼나 타월을 여러 사람들과 같이 쓸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신발장 근처에서부터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누군가의 흔적으로 축축하게 젖은 슬리퍼를 신는 순간 혹여 균이라도 옮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된다. 기대를 갖고 누운 베드 속 침구가 왠지 모르게 꿉꿉하다면, 베드 위 타월과 터번 역시 오일때와 찌든 냄새가 고스란히 남아 있거나, 미처 다 마르지 못해 꿉꿉함이 남아 있다면 관리를 떠나 내 피부에 닿는 자체가 두렵기 마련이다.

TIP. 신발장 옆에 실내화 소독기를 설치하거나 실내화는 세탁이 가능한 것으로 구비해 정기적으로 세탁하길 추천한다. 타월과 터번은 1회 사용 후 세탁 및 건조를 원칙으로 하되, 현실적으로 자주 세척이 어렵다면 제품이 닿는 부위에 언더 커버를 씌우는 것도 방법이다.









03
누군가와 따로 또 같이 덜어서 쓰는 제품

에스테틱 & 스파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대용량으로 된, 일명 덕용 제품이 많다. 그 많은 용량을 소진하려면 얼마 동안 몇 명의 고객에게 닿아야 할지, 제품별로 사용기한에 따라 잘 관리하고 있는지, 왜건 위 제품들을 보면 한 번쯤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펌프나 튜브 용기라면 괜찮지만, 스포이드나 Jar 타입 제품이 뚜껑이 덜 닫힌 채로 노출되어 있다면 특히나 그러하다. 반대로 공병에 덜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 라벨을 직접 확인할 수가 없어 더 의심스러울 수 있다.

TIP. 화장품의 개봉 후 사용기한은 평균 약 3~6개월가량이다. 그 이상 기간이 지났다면 폐기 처리하는 것이 옳다. 스포이드 용기에 담긴 제품은 유리볼에, Jar 타입은 스파츌라에 덜어 사용하되, 뚜껑을 제대로 닫아 보관하도록 한다. 1회 분량으로 소분된 키트를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04
소독 여부가 의심스러운 소도구와 기기

제품만큼이나 피부에 자주 닿을 수밖에 없는 스파츌라나 브러시 등 각종 소도구를, 쓰던 해면이나 잘 닦이지도 않는 티슈로 쓱 닦고 바로 다시 사용하고 있진 않은 지? 고객들이 모를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누워 있지만 테라피스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의식은 하고 있고, 웬만큼 무딘 고객이 아니라면 관리 받는 내내 불쾌감이 머릿속을 감돌 것이다. 그것보다 더 찝찝한 것은 기기의 팁과 핸드피스다. 살균 및 소독 과정을 거치기는 할지, 괜히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진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TIP. 모든 에스테틱과 스파는 눈에 보이는 청결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청결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한 번 사용한 도구는 사용하지 않은 도구와 반드시 구분하고, 70% 알코올 솜으로 닦거나 중성 세제 등으로 깨끗이 세척한 뒤 자외선 소독기에 넣는다. 기기 핸드피스도 알코올을 화장솜에 적셔 닦아주는 것이 좋다.



05
개인 위생을 지키지 않는 테라피스트

스스로조차도 평소 손을 씻지 않으면 얼굴을 만지지 않는 편인데, 테라피스트가 관리 전 무언가를 만지고 온 손으로, 씻지도 않은 채 제품을 바르고 테크닉을 시작하는 순간, 이전까지 좋았던 모든 게 엉망이 되는 기분이 든다. 얼굴 관리 시 간혹 테라피스트가 가까이 다가와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질 때가 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이전의 식사 메뉴까지 유추할 수 있을 만큼 풍겨오는 구취나 목덜미에 뿌린 진한 향수 냄새에 숨을 참게 되는 경우도 있다.

TIP. 든 테라피스트는 고객의 피부를 직접 만지는 일을 하는 만큼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특히 관리 전, 중, 후 각 단계별로 손을 자주 세척하고,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 내내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것보다는 물소리가 들리는 게 훨씬 낫다. 관리 중 잠깐 만진 문고리나 핸드폰으로도 많은 세균이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06
불편해서 오래 누워 있을 수 없는 베드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30분에서 길면 90분까지, 고객은 관리 받는 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테크닉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딱딱하고 불편한 베드에서 받는 관리라면, 누워 있는 모든 순간은 괴로움 그 자체다. 경추와 척추 건강이 좋지 못해 고질적인 통증이 있는 고객이라면 더더욱. 특히 베드 구멍에 얼굴을 넣고 엎드려 있는 경우에는 가슴이 압박되어 호흡이 불편해지고, 목이 고정되어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된다. 관리 받고 나서 오히려 얼굴이 더 붓고, 비염 증상이 심해지거나, 안압이 높아질 수도 있다.

TIP. 가벼운 릴랙싱 테크닉을 위주로 한다면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두께감 있고 푹신한 베드를 선택하고, 딥티슈 테크닉을 주로 한다면 단단하고 압축이 된 베드를 선택한다. 고객이 정면을 보고 누워 있을 때 종아리 위치에 필로우를 하나 받쳐 하중을 분산시키고, 심장보다 살짝 높게 유지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바디 후면 관리를 할 때에는 베드 구멍에 얼굴을 넣지 않고 목을 좌우로 돌려가며 테크닉 하는 것이 좋다.



07
설명이 부족한 1:1 맞춤형 프로그램

말해주지 않으면 고객은 모른다. 분명 시작할 땐 1:1 맞춤 프로그램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과연 어떤 제품, 기기, 동작이 나에게 맞춤인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고객은 잘 모르거나 관심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떠한 필요에 의해, 어떠한 관리가 진행되는 건지 고객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않다면, 매순간 긴장감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리 도중이나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피부 변화, 일상 속 불편함에 대해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도 배려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TIP. 본격적인 관리 전, 그날 진행하는 관리 절차와 사용 제품, 임상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만 핵심은 어설픈데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 전문성 있으면서도 명료한 설명이다. 관리에 앞서 가이드가 잘 되었다면, 관리 도중에는 제품이나 동작이 바뀔 때 간략히 언급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08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적인 TMI

고객과 마음을 털어놓고 모든 것을 서로 알아야만 신뢰가 생기고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관계를 망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뜻하지 않게 속마음을 듣게 되면, 친해졌다기보다 의도치 않게 민낯을 마주한 느낌에 민망하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아무리 고객이 파워 E라 해도,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정작 휴식을 취하지 못해 관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TIP. 고객과 테라피스트는 ‘관리’로 만난 사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선을 지킬 수만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특히 장기 고객들을 당연시 여겨 때때로 소홀히 대하거나 전문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언제든 냉정하게 떠날 수 있는 것이 고객의 입장이다. 고객을 배려한 침묵도 관리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할 것.







09
관리 중 자리를 이동하는 테라피스트

페이스 관리 마무리 단계에서 모델링 마스크를 바르고 건조되는 동안 테라피스트는 바쁜 틈을 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마스크가 굳을 때까지 고객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모델링 마스크의 농도가 묽은 탓에 얼굴을 타고 흘러 콧구멍과 귓구멍을 막을 수 있고, 마른 기침이 나서 호흡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나를 관리하는 담당 테라피스트 외 다른 테라피스트가 제품이나 도구를 가지러 트리트먼트룸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TIP. 고객이 가장 불안해할 것 같은 타이밍에 고객을 혼자 방치하지 말 것. 관리 중 고객은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조용히 옆을 지키고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객에게는 고마운 순간이 될 수 있다. 또한 테라피스트가 트리트먼트룸을 들락날락하는 소리는 고객 입장에서 힐링을 방해하는 소음이 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10
어딘가에 남아 있는 제품 잔여감

관리 중 아무리 천상의 손길을 맛봐도,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엔 집에 돌아갈 길이 걱정된다. 터번 때문에 가뜩이나 눌린 머리카락에 오일기라도 남아 있으면, 피부엔 반짝반짝 광이 나도 찝찝함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디 관리도 마찬가지. 아무리 좋은 오일로 관리했다고 해도, 평소보다 과한 보습감에 옷에 오일이 묻을까 바로 옷 입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것이다. 관리 후에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TIP. 샤워실이나 샴푸대, 파우더룸과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가장 베스트. 여의치 않다면 드라이 샴푸를 비치해두거나 마무리 스트레칭 시 덧대는 타월을 그대로 고객 손에 쥐어 주어 스스로 잔여감을 닦아내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by 차유미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