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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의 행복학교] 80대 어머니가 말하는 삶의 길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세상에 바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 무엇이 소중한 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 어른 병간호로 이틀간 병원에서 지냈다. 각종 검사나 간호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병원에 있었지만,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큰 깨달음을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세상에 바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한가지,
삶에서 소중한 것이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바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를 본다. EKG(심전도 측정기)와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심상치 않다. 대충 나이는 50대 중반. 연신 고개를 흔들며 무어라 중얼거린다. 옆에서 간호하시는 분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80대 초반의 할머니, 오랜 병간호로 메마른 몸에 수척한 모습의 어머니이다.
“벌써 2년째 저러고 있어요. 처음에 다리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기 시작했는데 병명을 정확히 찾지 못해 유전자 검사까지 안 해본 것이 없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저러고 있습니다. 그래도 몇 달 전부터 말을 한마디 하게 되어서 의료진들이 기적이라고 회복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것은 이제 뇌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들이 얘기한 말 한마디가 무언지요?”
나는 그 말이 참 궁금하였다. 2년간의 고통의 침묵을 깨고 그가 한 첫마디 말이다.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그 말밖에 못해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다시 아들 곁으로 돌아갔다. “목에 가래가 자주 생겨서 기계로 빼주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폐렴이 걸릴 수도 있대요” 그녀를 보면 지난 2년 간 잠 한숨 못 자고 그를 간호했던 나날이 그려지고도 남음이 있었다. 병원 밖을 나갈 수 없음에 사람이 그리웠던지 그녀는 다시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이제 9월이네요. 세월이 참 빠르지요. 희망을 품어보긴 했지만, 늘어나는 병원비에 나도 이제 다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이제는 이거 아니면 저거라도 결단이 빨리 나야 하는데요”라 말하는 그녀의 절제된 말속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거 아니면 저거
희망이 줄어드는 시간 속, 고통받는 아들을 더 이상 지켜볼 용기도, 간호를 계속 이어 나가기에 힘에 부치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 말이다. 부모로서 아들의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은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찢어지는 고통이리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말이다. 눈에 있는 눈물을 다 쏟아부어 눈물샘에 더 이상 흘릴 슬픔이 없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생각도 멈추었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 그녀가 마지막 말을 전한다.
“세상에 바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 애도 그렇게 바쁘게 살았어요. 긴장의 연속이었고, 스트레스에서 시작된 두통은 불면증을 만들었고, 수면 부족은 일상을 늘 짜증으로 만들었어요. 그것이 면역력을 줄어들게 해서 이렇게 된 거 같아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해요.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도 말이지요”

세상에 무엇이 소중한지 아는 것이 현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하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반드시 가격표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의 가치를 매긴다면, 휴식에도 비싼 가치를 두어야 옳다. 자본주의 시대, 내가 하는 의식적인 행동을 무조건 돈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무의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세상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이유로 자기 몸과 마음을 챙길 여유가 없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여유도 사치로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깨가 무거울수록 자신을 아껴야 한다. 세상은 갈수록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복잡성과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늘 비교하며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하며 절대 끊어지지 않는 채찍질로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오늘을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야 한다. 잃어버리고 난 후, 깨달음은 크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난 후 깨달음은 이미 너무 늦어버린 때가 될 수도 있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또한, 절대 바쁜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여유를 자신에게 선물하였으면 한다.
아들의 의미 없는 중얼거림에도 따스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어머님의 사랑을 아들이 조금만 더 일찍 알 수만 있었다면 병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모자간의 사랑이 꽃피지 않았을까.
삶에 급한 일이란 없다
그러므로 조금 천천히 살아도 된다. 느림 속에서 오늘을 알아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