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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모멘토 모리 오늘을 의미 있게 사는 법

2022.06.09





 
삶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 오늘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오늘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소한 여행이 아닐까.




오늘에 충실하라, 모멘토 모리

모멘토 모리(Momento mori)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서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므로 오늘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산다. 삶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오늘을 때로는 의미 없이 보내고 마는 것. 이 말 ‘모멘토 모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소중한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삶이 소중하다 느끼는 당신이라면 오늘을 잘 보내야 한다. 사람들에게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에 관하여 물어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시간을 기억해 보라고 한다면 대답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무엇을 해도 그 자체만으로 즐겁다. 평소 비 내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이가 비 내리는 날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느낀다면 어느새 비를 좋아하는 바리스타로 되어있을지도 모르고,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던 어떤 이의 신발장에는 어느새 샌들이 아닌 등산화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여행하는 것, 아우구스티스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의 한 장만 읽은 것일 뿐이다’ 여행은 삶이란 여정의 틀에서 벗어날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촘촘히 끼워진 블록 같은 공간을 가끔 빈칸으로 남겨두는 일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여행,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면 그 효과는 두배가 될 거라는 간단한 공식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본 적이 최근 얼마나 있을까? 머리로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오르는 물가와 얇아지는 월급봉투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단호히 더 늦기 전에 지금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오래 전 스위스 출장에서 만난 한 가족이 생각난다. 40대 부부와 아이 둘이서 공원을 뛰어다니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이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애들 방학 기간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멀리 나올 수 있었어요, 참 보기 좋아요”라는 부러움이 담긴 나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잠시 나의 미소를 멈추게 하였다.

“20대부터 우리 부부는 정말 열심히 내일을 위해 살았어요.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죠. 조금만 더 벌면 되니 기다리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말이죠.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폐암 판정을 받았어요. 삶에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그냥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열심히 살기만 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내려 두고 한 달간 해외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의사 선생님이요, 남은 기간이 그리 많지 않대요. 가장 행복한 일을 하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가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그의 말을 들으며 호수에 비쳐 아른거리는 눈물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였다







누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로 얼룩진 세월이 있다. 그 시간들 사이에서도 간혹 보이는 즐거웠던, 그나마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숨 쉬게 한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곳에는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여행이 있었다.

여행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만 여행이 아니고, 바쁜 일정에 휴가까지 내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1시간 거리의 교외로 나가서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도 여행이고, 어느새 나보다 훌쩍 커버린,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이들과 주말에 산행하는 것도 여행이다. 즉 시간과 돈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함께 할 수 있을 때 함께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다. 한시외전에 보면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의 원뜻은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으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로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살아 계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얼마 전 7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있었다. 그들에게 ‘언제가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에 내가 들은 답은 무척이나 선명하였다. “시간이 되면 어디라도 함께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애들이 너무 바쁘니 그런 말조차 못 하지요. 내게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여행을 굳이 시간과 비용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버려야 다시 채움이 있는 법, 우리 인생은 은행 잔고처럼 차변과 대변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회계학적 사고로는 풀 수 없는 드라마이다.







그냥 버리고 지금 떠나라!

여행의 또 다른 의미는 돌아오는 길에서 피날레를 펼친다.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이 축제의 전야제라고 표현한다면, 여행은 그 절정, 행복의 꼭대기를 점령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내려오는 길이 다른 길과 달리 아름답다.
해 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나를 맞이해주는 따스한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스트레스도 해석하기 나름이듯이, 돌아오는 길이 아쉬움으로 장식되는 영화의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말하는 예고편이라 생각한다면, 해질녘 귀에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더 은은하고 향기롭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두고 가더라도, 돌아올 때는 우리의 마음은 행복이라는 그리고 만족이라는 감정으로 가득할 수 있다.

삶이라는 여행에서 우리는 지금 어떤 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자신하는가? 핸드폰의 충전상태를 볼 수 있듯이 알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더 오늘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더 가질지 모른다.

영원히 살 것이라는 착각의 늪에서 너무 늦게 빠져나올 때 즈음에는 어쩌면 당신의 우울한 긴 그림자만 함께 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기 위해서 모멘토 모리를 한 번 정도 생각해보는 주말이 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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