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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주] 매출이 오르는 황금존

2020.06.19











에스테틱에서 관리를 받다 보면 관리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구매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해 보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제품 진열존을 가보면 기대했던 마음이 실망으로 바뀔 때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매장에 상품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시선을 끌거나 관심을 갖게 할 수 없다. 매장은 창고와 달라서 팔기 쉽고 사기 쉬운 장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기에 쉽고’, ‘편안하게 만져볼 수 있고’, ‘선택하기 쉬운’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 보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신체적 한계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신체적 한계가 있다. 팔과 다리는 두 개씩, 눈도 두 개 밖에 없다. 고개는 360°로 돌아가지 않는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으며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없다. 모든 매장은 이런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배려해 설계되고 구성된다. 결국,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곳곳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추기는 많은 장치들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오직 구매를 부추기기 위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객의 신체적 한계와 불편함을 줄이고 최소화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의해서 매장은 만들어진다.

결국 이러한 과학적인 데이터에 의한 배치와 구성, 진열로 고객은 쇼핑이 즐거워지고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상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매장을 구성하고 진열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이해, 그 중에서도 사람의 신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과 불편한 점을 개선한 과학적 진열이다.





두 번째, 가장 편안하게 만져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공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공간의 위치와 높이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매장 내의 모든 연출과 진열은 고객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서 상품의 위치와 배치방법, 높이 등이 정해져야 한다.

매장 측에서의 편리함보다는 고객의 시선과 움직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매장 측에서 판매하기 편리한 매장이면 더욱 효과적인 매장이 되겠지만 늘 고객의 입장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마트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진열된 상품을 바라보는 지를 조사해 보았는데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바라보는 고객은 전체의 5분의 1가량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포착률(Capture rate)’ 조사라고 한다.

고객들이 상품을 바라보는 부분은 거의 일정했다. 즉, 고객들은 주로 무릎 높이부터 눈높이보다 조금 위 까지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보다 낮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상품들의 경우는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 말고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았다.






고객들의 시선이 가기 쉽고 상품을 집기도 쉬운 위치이며 구매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인 ‘황금존’은 세월이 지나면서 높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평균 매대 높이가 79cm였는데 평균 신장이 커지면서 집기의 높이도 82cm로 조금 높아졌다. 황금존의 매출은 다른 공간보다 평균적으로 3배 정도 높다.

마트에서 3~4배 매출이 높은 명당자리가 있는데 황금존, 섬, 무빙워크 주변, 엔드매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마트에서는 이 주변에 시식이나 행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그 중 황금존은 단연 으뜸 중에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브랜드들이 매월 이 황금존을 차지하고 쫓겨 나지 않기 위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 에스테틱에서 고객의 움직임이 가장 많고, 시선이 편하게 가는 공간이 어디인지 꼭 살펴봐야 한다. 그 곳에 내가 팔고 싶은 핵심 제품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수평방향으로 약 120~140°, 한쪽 눈의 시야가 약 150°, 양쪽 눈은 약 180~200°이다. 양쪽 눈이 공유하는 영역은 수직방향으로 약 60°, 수평방향으로는 약 90°인데 더욱 더 물체를 잘 보려면 당연히 시각영역의 각도는 좁아지고 수직방향, 수평방향 모두 약 25°정도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양쪽 눈으로 물체를 보기 때문에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이들 영역 이외의 공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 고객들은 왼쪽을 많이 볼까? 오른쪽을 많이 볼까? 사람의 시선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왼쪽에는 색상이 선명하거나 화려한 제품들을 오른쪽에는 기본 상품이나 평범한 컬러의 상품,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배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약간 떨어진 곳에서 고객이 색상이 선명한 빨간 원피스를 발견했다 너무 예뻐서 자신도 모르게 빨간 원피스에 끌려서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천천히 상품을 확인하고 다른 것과 비교를 한다.

너무 예쁘긴 한데 이 원피스를 사서 본인이 몇 번이나 입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고객은 오른쪽에 있는 회색, 검정색, 베이지색을 보면서 그래 이 디자인에 검정이라면 자주 입을 것 같아. 그래서 고객은 기본 컬러 군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왼쪽에는 시즌 상품이나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오른쪽으로 갈수록 늘 사용하는 기본 컬러의 상품들을 배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에스테틱의 홍보물은 고객 시선에서 매장 왼쪽에 부착되어 있는지 오른쪽에 부착되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고객 시선 왼쪽에 화려하고 눈에 빨리 띄는 색상의 베너나 홍보물을 부착하는 것이 오른쪽보다 인식이 빠르다.

홈쇼핑 광고를 보면 어떤 홈쇼핑은 가격이나 설명 배너가 왼쪽에 있고 어떤 홈쇼핑에서는 오른쪽에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사람의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싶을 경우에는 대부분 왼쪽 상단에 배너를 배치한다.

상품을 보기 전에 일단 가격이 싸다는 것을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GS 홈쇼핑의 경우는 오른쪽에 배너가 있다. 이것은 우리는 가격보다 제품이 우선입니다. 가격을 떠나서 ‘제품의 우수함을 먼저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만드는 전략인 것이다. 가격이 비쌀 경우 가격만 보고 채널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할 때는 금액을 왼쪽에 적는 것보다 오른쪽 하단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왼쪽에 비싼 가격부터 보게 된다면 놀라서 상품의 장점은 듣지도 않은 채 채널을 돌려버릴지도 모른다.

제품 가격표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마트같이 저렴한 제품을 파는 곳에서는 1+1같은 파격 세일 표시를 제품이 있는 왼쪽에 주로 배치한다. 명품매장의 경우에는 절대로 가격을 왼쪽에 배치하지 않는다. 제품 오른쪽 하단에 조그맣게 적어 놓는다. 제품에 먼저 반하게 만들고 나중에 가격을 확인하면서 이렇게 멋지니까 이런 가격이구나라고 수긍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우리 에스테틱에서도 고가의 제품과 저가의 제품 가격표 위치도 전략적으로 다르게 부착해야 한다. 고가는 제품의 오른쪽 하단에 기획상품이나 행사제품의 가격은 제품의 왼쪽상단에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객의 마음은 갈대라고 한다. 하지만 갈대도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정 브랜드에 끌리고 한 매장에 단골이 되기도 하고 가던 곳을 또 가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먼저 고개를 돌리고 왼쪽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이런 소비 패턴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조건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조건과 일관성 있는 움직임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어내고 그런 패턴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야만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배치 간격이나 수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화점은 비수기인 여름 시즌에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한다. 매출이 부진한 매장은 퇴출되고, 그 자리가 MD들이 엄선해서 뽑은 매출이 높은 브랜드로 교체되면서 위치가 뒤로 밀려나기도 하고 앞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백화점 유통이다. 매출이 숫자로 표현되니, 앞으로 잘하겠다는 감상적인 다짐은 개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편 시즌이 되면 디자인 부서가 가장 바빠진다. 입점할 브랜드의 콘셉트가 백화점과 맞지 않을 경우 수정과 조율을 거치게 되는데, 매출이 높은 브랜드는 고집을 쉽게 꺾지 않는다. 백화점도 자신들만의 콘셉트가 있기에 서로의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공사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일주일도 아니고 단 하루 만에, 그것도 백화점 폐점 후 다음 날 아침 오픈 직전까지 모든 일이 끝나야 한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불과 1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다.

일사분란하게 철거를 하고 집기를 제자리에 배치하고, 상품을 가져다 놓고 스타일리스트가 멋진 연출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은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말쑥한 모습으로 10시 30분에 개점 인사를 한다.







90년대에 백화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밤새워서 일하는 것이 그저 재미있고 신났다. 전 세계의 브랜드들이 변신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담당자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의 큰 차이가 중 하나가 바로 마감 시간이었다. 보통 해외 브랜드는 새벽 2~3시 정도면 공사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국내 브랜드는 개점 직전까지 작업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1층 화장품의 경우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는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최근에는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져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90년대 만해도 해외 브랜드의 파워가 막강했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해외 브랜드들은 공사도 파워 있게,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했다. 저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하기에 저렇게 일을 빨리 마치는가 싶어 작업 현장을 구경 가본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매뉴얼 북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공간에 딱 맞추어 집기마다 스타일 번호가 적혀 있고, 그 집기를 매장에 딱딱 맞추어서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그건 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스타일 번호 L34875번 립스틱은 2번 집기 3번째 칸에 10개 진열하시오. 제품 그룹과 그룹 사이는 9cm의 간격을 유지할 것’과 같은 정확한 설명이었다.

판매사원들은 일사분란하게 매뉴얼에 적힌 상품을 꺼내서, 집기 상단 1번 칸부터 하단까지 빠르게 진열했다. 상품 봉투별로 1번 진열장, 2번 진열장, 3번 진열장이라고 적혀 있었고, 상단 1번 칸에 들어갈 디스플레이용 제품들은 또 다르게 분류를 시켜 놓았다. 본사에서 온 국제 매뉴얼에 따라서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명품이 그냥 명품이 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한국 브랜드를 보니 집기에 제품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 바닥에 놓고 있었다. “이 자리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저쪽 칸으로 옮겨보자” 그러기를 수십 번, “여기가 아닌가 봐” 하는 말이 들려왔다. 결국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기며 밤을 새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각 브랜드별로 매뉴얼이 잘 만들어져서 리뉴얼 공사나 오픈 작업이 참 수월해졌다.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해외 브랜드들은 본사의 콘셉트를 담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지만, 한국 브랜드들은 팀장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였다.

국내 에스테틱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국민 소득이 4만불 이상이 되는 선진국에서는 에스테틱 산업이 꽃을 피운다. 한국도 국민소득 4만불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기를 한국 에스테틱 브랜드들은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때 우왕좌왕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의 노하우와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조언을 담은 우리만의 매뉴얼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제품 진열 존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고객입장에서 ‘보기에 쉽고’, ‘편안하게 만져볼 수 있고’, ‘선택하기 쉬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움직임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황금구역을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고객의 입장에서 매장을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팔을 올리고 손을 움직여 어느 지점에 손이 닿는 지 어느 정도의 간격일 때 만지기 편한 지 체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 에스테틱의 제품이 가장 돋보이는 황금구역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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