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스페셜 상품과 매거진을 저렴한 가격에 받아보세요!

구독신청하기

[이랑주] 티켓팅! 이성적 뇌가 아니라 감성적 뇌를 자극해라

2020.03.19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에스테틱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 나를 불러 세웠다. 몇 달 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매장을 오픈했는데,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고 고객이 들어왔다가 티켓팅을 하지 않고 나가는 비율이 인테리어 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도대체 알 수 없으니, 매장을 한번만 방문해달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사장님 손에 이끌려 가보니,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매장의 간판은 푸른색과 흰색 바탕에, 상호가 검정색 글씨로 적혀 있었다. 매장 내부집기는 짙은 갈색과 핑크색, POP(Point of Purchase-구매시점 광고)는 노란색 바탕에 초록색 글씨, 흰 천장은 푸른색 테두리 조명을 두르고 있었다(사실 에스테틱 천장의 푸른 조명은 고객을 내쫓는 빛의 색상으로 주의해야 하는데, 추후 연재를 통해 에스테틱 조명의 비밀을 풀어내도록 하겠다). 이곳 저곳을 다 둘러보니, 스무 평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쓰인 색상이 무려 일곱 여덟 가지에 달했다. 각기 다른 색상이 내는 소리가 섞여 있어서 매장 안은 정신이 없었다.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 에스테틱은 이런 관리를 전문적으로 잘해요’라는 한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여러 색상이 섞여 각기 다른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고객이 들어
와도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신뢰가 무너진 곳에서는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허공 속에 흩어지지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1시간 공들여 설명해도 고객은 “좀 더 생각해보고 올게요”라며 매장 밖으로 나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저장할 수가 없다. 어떤 것은 장기 저장소로 보내고, 다른 것은 한쪽으로 치워 두었다가 어떤 이미지를 보았을 때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자기 브랜드를 빨리 각인시키기 위해 특정한 색상을 정해서 곳곳에 반복해서 사용한다.

대형 카페들의 주제 색상을 잠시 살펴보면 스타벅스는 초록색, 파스쿠치는 붉은색, 엔제리너스는 짙은 노란색을 쓴다. 이렇게 우리가 쉽게 만나는 많은 브랜드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에는 확실한 주제 색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색상을 핵심장소에 3번 이상 반복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3번 이상 반복하는 것일까?

EBS <다큐 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편에 나온 한 실험을 보자. 한 남자가 건널목에서 갑자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나서 함께 가리키자 거리의 사람들은 힐끗 보고 지나간다. 그런데 하늘을 가리키는 사람이 세 명이 되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서서 하늘을 함께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들이 향한 손 끝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세 명이 모이니 사람들은 막연히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 실험은 밀그램(S.Milgram)이라는 유명 행동 심리학자가 1969년에 뉴욕 한복판에서 실시했던 ‘하늘 올려다보기’ 실험이다. 그는 이 실험으로 효과적으로 군집의 동조를 얻기 위한 최소의 숫자는 3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 매장을 기억하게 만드는 원칙도 이와 비슷하다. 주제 색상을 외부의 간판, 들어와서 보이는 실내 브랜드명, 직원의 유니폼, 카운터 위 소품, 차트, 명함 등에 3번 이상 반복해서 사용하면 색상의 잔상이 오랫동안 뇌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3번 이상의 일관성 있는 반복으로 고객의 뇌 속에 저장되었다가 찰나의 순간 되살아나 그 브랜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충분한 것’을 뜻할 때 3이라는 숫자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었다.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삼세번이라 하여 세 번 겨루는 것이나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속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 번이면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왜 그럴까? 3이라는 것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모든 것’, 더 정확히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세 가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합이 일치하는 숫자, 완성의 숫자 3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된다.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예습해오세요.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으세요. 집에 가서 꼭 복습하세요” 이렇게 3번 반복하면 우리의 뇌는 이 부분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해 다른 것은 지워도 3번 반복한 내용은 잊지 않는다. 이렇게 3번 이상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색상뿐만 아니라 우리 에스테틱을 상징하는 패턴, 소재, 심볼, 핵심 메시지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핑크색 스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힌트를 하나 주자면 ‘아이스크림 스푼’이다. 이 간단한 단서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브랜드를 알아챌 수 있다. 무엇으로? 색상으로 말이다. 핑크색 스푼의 주인공은 바로 ‘배스킨라빈스 31’이다.

만약 검정색이나 초록색 스푼이었다면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핑크색이었기에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주제 색상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그 색상만 보아도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것 말이다.

배스킨라빈스 31은 왜 핑크색을 반복해서 쓰는 것일까? 시각적으로 자주 노출시켜 뇌에 효과적으로 각인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가리켜 ‘시각의 잔상 효과’라고 부르는데, 특정한 색상을 반복해서 보고 나면 그 색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잔상으로 각인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배스킨라빈스 31에서는 주제 색상인 핑크색을 간판, 냉장집기,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스푼, 아이스크림을 싸주는 리본, 점원들의 유니폼에까지 다양한 곳에서 반복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럽게 섞어 슬쩍슬쩍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반복 노출된 핑크색은 한번 방문한 고객의 기억 속에 남아서, 다른 곳에서 핑크색을 보기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이 브랜드를 떠올리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주방 서랍을 열어 보시라, 아마 이 핑크스푼 없는 가정이 거의 없을 것이다. 무척 더운 여름날 이 스푼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을 향하게 되지 다른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뇌가 이 곳을 가라고 시키기 때문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아주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주인공인 ‘나’는 콩브레 마을에서의 어릴 적 기억을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건네준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렇게 떠올리려고 온갖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던 과거의 기억이 어느 한순간의 이미지로 인해 갑자기 우연처럼 떠오르게 된 것이다.

“과거의 어떤 기억은 억지로 그것을 구하려고 해도 헛수고요, 지성의 온갖 노력도 소용이 없다. 과거는 지성의 영역 밖,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우리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물질적인 대상 안에(이 물질적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우연이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우리의 기억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과 기억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하지만 뇌 속 어디엔가 숨어있는 기억의 파편들은 어떤 이미지(색상, 패턴, 소재, 심볼 등) 또는 어떤 물질적 대상을 통해서 한순간 우연을 가장해서 찰나의 순간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과 매장들을 방문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그 매장 혹은 그 기업이나 브랜드만의 주제 색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기업의 주제 색상이나 매장의 주제 색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 다시 묻게 된다.


“회사 간판이 무슨 색인가요?”
“핑크색이요”
“직원 유니폼은요?”
“회색이요”
“명함은?”
“흰색에 검정 글씨요. 회사마크는 금박이에요. 고급스럽잖아요”
“그 중에서 회사를 상징하는 주제 색상은 뭔가요?”
“글쎄요……. 없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작은 국밥집을 운영하시는 여사장님이다.
“간판은 무슨 색이에요?”
“빨간색이요”
“입구 들어올 때 깔려 있는 발 매트는요?”
“초록색”
“그럼 유니폼은요?”
“지금 입고 있는 옷에 앞치마를 걸치는데요”
“그 옷에 참이슬 앞치마 입고 계시죠? 여름엔 하이트!”
“헉! 어떻게 아셨어요?”
다 같이 한바탕 웃는다.


앞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상을 3번 이상 반복해서 쓰라고 했는데, 무조건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색상이 주는 이미지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에스테틱에 맞는 ‘주제 색상’을 잘 정해야 한다(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컬러 이미지는 추후 연재 예정).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친구에게 우리 집 위치를 설명할 때를 떠올려보자.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빨간 벽돌 집 보일 거야. 그 옆에 파란 대문이 우리 집이야” 인식의 속도를 보면 글보다는 이미지가 빠르다. 또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기억 속의 한 귀퉁이에 잔상으로 남아 언제든 다시 살아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작은 점포에서는 이러한 이미지의 장점을 사용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프렌차이즈 점포나 대형 쇼핑몰, 중견 기업에서는 이미지를 활용해 ‘3의 법칙’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잠시 눈을 돌려 우리 에스테틱을 한번 둘러보자. 마음에 남는 이미지가 있는가?

시장 어귀의 작은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평생 칼국수만을 만들어 눈을 감고도 칼국수 면을 뽑을 수 있을 정도이다. 국산 멸치와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정직하게 맛을 낸 국물에 손으로 밀어 만든 면은 쫄깃쫄깃, 탱글탱글 살아 있다. 이런 내공을 가진 점포가 문 밖에서 보기엔 그저 그런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들은 인테리어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니까 때깔이 좋아 보이는 거지, 우리가 그런 돈이 어디 있는교. 이렇게 한두 그릇 팔고 마는 거지예. 우린 맛으로 승부 안합니꺼!” 물론 맛으로 승부하는 가게가 맞다. 나 역시 이런 맛으로 승부하는 작고 소중한 가게들이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이다.

에스테틱을 운영하는 사장님들 중에서도 이 칼국수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영업하는 하시는 분들이 많다. 정성을 들여서 기술과 테크닉으로 잘 관리하면 고객들이 알아봐 줄 거라고 한다. 물론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가 맛있는 것은 고객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고객은 이 당연함 외에 다른 감정을 우리 매장에서 원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고객들은 알아채기가 힘들다.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기업에서 비싼 돈 들여서 하는 비주얼 브랜딩을 이렇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작은 매장들도 스스로 적용해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우리 매장의 핵심 가치를 문밖에 있는 고객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메뉴가 있다고 메뉴판에 구구절절이 적어봤자 사람들은 메뉴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간혹 가게 안과 밖에, 입간판에 빽빽하게 가게의 장점과 어떤 것을 파는지 적은 것을 보곤 하는데, 아무리 한가하고 할 일 없는 사람이라도 다 읽어보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이미지’다. 명심, 또 명심하자.

인테리어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눈에 확 들어오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면, 기억에 오래 남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면 본인 업종에 맞는 이미지를 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고도 누구나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방법은 ‘주제 색상’을 정하는 것이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제 색상과 맞지 않는 소품부터 정리하자.

시즌이 지난 장식물(크리스마스 볼, 친구에게 선물 받은 부엉이 인형, 말라 죽기 직전의 식물, 드라이플라워, 인조 꽃 등)만 치워도 매장이 한결 더 선명하게 다가오며 신뢰감이 상승된다. 그리고 주제 색상에 맞추어서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 된다.

주제 색상이 핑크라면 유니폼, 명함, 슬리퍼, 차트 등 당장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해서 천천히 시작해 보면 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주제 색상과 맞지 않는 것을 매장에서 치우는 것이다.









 

  • 공유 페이스북
  • 공유 네이버

Related Article

with STAR 뷰티앤뷰 쇼핑몰 뷰티앤뷰